프로선수·배우 이어 고위공직자·법조인 자녀도?... 병역비리 '판도라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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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허위 진단을 받는 신종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은 병역 기피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부정이 확인된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물론 고위공직자ㆍ법조 관계자 자제 등 사회지도층 다수가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그 등에 스스로를 '병역의 신'으로 소개한 뒤 건당 수천만 원씩 받고 면제 방법을 알려줬는데, 주로 뇌전증 발병을 이유로 허위 진단을 받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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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허위 진단 발급받는 신종 수법
스포츠·연예계 넘어 공직까지 일파만파
‘뇌전증’ 허위 진단을 받는 신종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은 병역 기피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부정이 확인된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물론 고위공직자ㆍ법조 관계자 자제 등 사회지도층 다수가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병역 기피 의심자들은 어림잡아 70명 안팎에 이른다. 병역비리 가담 사실을 고백한 프로배구 조재성(27) 선수와 얼마 전 검찰 조사를 받은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출신 프로선수 A씨에 이어 20대 현역 배우, 또 다른 주전급 프로축구 선수 이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와 대형 로펌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자녀들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일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의 병역 비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은혜)가 지난달 21일 군 수사관(군무원) 출신 브로커 구모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알려졌다. 구씨는 서울 강남구에 병역 문제 관련 행정사 사무소를 차리고 신체검사, 입영연기, 생계곤란 등 다양한 병역 회피 사유를 앞세워 활동했다. 블로그 등에 스스로를 ‘병역의 신’으로 소개한 뒤 건당 수천만 원씩 받고 면제 방법을 알려줬는데, 주로 뇌전증 발병을 이유로 허위 진단을 받는 식이었다. 그는 명함에 국방부 군사법원 및 해양경찰청ㆍ국방부 수사관으로 일한 경력을 기재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다른 브로커 김모씨도 불구속 수사 중이다. 김씨는 구씨 밑에서 일하며 병역비리 수법 등을 익힌 뒤 따로 독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사람의 공범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정 신체 부위를 고의로 손상시킨 과거와 달리 뇌전증은 특별한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지 않아 최근 들어 새로운 병역 면탈 수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뇌전증은 원래 간질로 불린 병으로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상태가 되면서 발작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병역 적령기(20-29세)에 있는 국내 남성 뇌전증 유병률은 인구 1,000명 가운데 3.88명으로, 1만3,000여 명 정도가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역법은 △전문의로부터 미확인된 경련성 질환 진단을 받고 2년 이상 항경련 치료를 받은 경우 △확인된 경련성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각각 5급(전시근로역)ㆍ6급(병역면제) 판정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뇌전증은 소아기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할 수 있고, 원인도 모르는 사례가 많다. 브로커들은 의학적 소명이 어려운 뇌전증의 이런 특성을 악용해 병역 기피 의심자들에게 허위 처방을 받아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남부지검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고, 대검찰청 지원까지 받는 등 수사 확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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