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식민사관` 잔재 청산·근대사 올바른 해석 매진… 고종의 개혁성 높이 평가

이규화 2023. 1. 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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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교수는 한국사회가 제대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역경과 경이로 엮인 역사의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보는 역사학자다.

한국 근현대사만큼 파란만장한 역사도 없을 터, 그만큼 고난도의 체계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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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교수는…
이태진 한국역사연구원장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이태진 교수는 한국사회가 제대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역경과 경이로 엮인 역사의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보는 역사학자다. 한국 근현대사만큼 파란만장한 역사도 없을 터, 그만큼 고난도의 체계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식민사관'의 잔재 청산과 근대 역사의 올바른 해석을 연구 본령으로 삼아왔다. 지난해에는 일제강점기 이후 형성된 식민사학의 뿌리와 전개를 파헤친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 8권을 연구책임자로 참여해 완간했다.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는 일본 역사학계가 하지 못하는 연구를 한국 역사학자들이 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일본이 천왕을 정점으로 한 신도가 학문에도 짙게 드리운 상황에서 천왕을 기치로 한 식민침략의 역사와 그 연원을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교수는 일제 메이지시대 교육칙어가 신민을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데 반해, 비슷한 시기 고종의 교육조서(詔書)는 '자유 국민'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당시 조선이 근대성에서 앞선 면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 이후 1910년까지 고종을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를 이루려 노력한 개혁군주로서 평가하며 조선과 대한제국의 자발적 근대화론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말과 대한제국의 역사가 독립협회와 개화파, 의병 등의 시각에서 주로 이뤄졌다는 점, 고종과 순종 실록도 조선총독부의 왜곡된 편찬에 의한 사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선과 한말의 개혁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식민사학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규장각 도서관리실장을 맡아 수많은 자료를 접하며 조선총독부가 고종, 순종 실록을 편찬할 때 그들에게 불리한 고종의 자주적 개혁 노력의 증거와 자료들을 배제한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이 교수는 연구 대상을 조선시대 정치사·사회사에서 근대사 연구로 옮겼다. 대한제국 고종·순종 두 황제의 명령서인 조칙, 칙령에서 순종 황제의 이름자 서명이 위조된 문건 수십 점을 발견하고 이때부터 대한제국 시기를 비롯한 일제의 침략사 전반을 연구하게 됐다. 이 교수는 일제 침략사가 엄연하고 한국이 최대 피해국임에도 자국 위정자에게만 국망(國亡)의 책임을 돌리고 새로 밝혀진 사실에 힘을 싣지 않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이 교수는 또한 역사학계조차 일제 식민사학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을 버젓이 내놓고 있은 것을 지적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대한제국의 근대화 노력을 깎아내리는 자학적 사관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니어재단이 펴낸 '한국의 새 길을 찾다'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개관하며 "1895년 교육조서 이후 127년간 근현대 한국은 수많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자유 국민' 창출로부터 자아개발 노력과 방어의 동력을 잃지 않았다"며 "선진국으로 자부하려면 정당이 자유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좌, 우 그리고 중도의 상호비판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43년 경북 영일 △서울대 사학과 학·석사, 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박사 △1977년 3월~2009년 2월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1988~1992 서울대 중앙도서관 규장각 도서관리 실장 △2002년~2004년 역사학회 회장 △2004년~2005년 한국학술단체연합회 회장 △2006년 서울대 인문대학장 △2007년 7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2009년 2월~ 서울대 명예교수 △2010년 9월~2013년 9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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