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묘년 새해는 `개혁의 해`… 기득권 저항 딛고 꼭 이뤄내야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어느 해보다도 대한민국에 도전적 과제들이 산적한 해가 될 것이다. 회피하거나 묻어둘 수 없는, 모두 임계점에 달한 문제들이다. 특히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한시가 급한 숙제들이다. 정권교체를 이룬 작년 윤석열 정부에 국민들은 기대를 걸었으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건건이 발목을 잡는 거대야당의 벽과 기득권층의 견제가 가장 큰 요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윤 정부가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지난 7개월은 정권 임기의 12%에 해당한다. 개혁이 나아갈 길이라면 시간 낭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야당을 설득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개혁은 올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다행히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개혁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연금재정에 관한 과학적 조사·연구, 국민의견 수렴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새해 첫 일성으로 개혁을 꺼내든 것은 백번 적절하다. 그러나 의지나 계획만 갖고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 그간 역대 정부에서 노동·교육·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의욕만 앞서 이해계층간의 충돌을 정부가 조정하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3대 개혁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우선순위를 노동에 뒀다. 이 역시 적절한 결정이다. 현재 청년실업, 높은 자살률, 초저출산, 기업가정신 쇠퇴 등의 근인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불균형에서 유래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강성 기득권 노조가 비정규직, 하청근로자,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개혁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도 "귀족 강성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고 했는데,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 교육개혁은 기술패권경쟁 시대에 인재육성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각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력이 수천, 수만 명이 부족한 상황인데 대학에서는 관련 인력을 위한 개편을 전혀 할 수 없게 돼 있다. 대학교육에 획기적인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한편으로 교육이 갈수록 계층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공교육의 혁명적 혁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사교육이 워낙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 개혁에 대한 의욕마저 꺾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교육이야말로 사회정의와 공정한 분배로 가는 길목임을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 "체계적인 연구와 공론화를 충분히 해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엔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연금개혁 틀이 윤 정부 말기와 다음 정부 초기인 2027년 나오게 된다. 너무 멀게 잡은 로드맵이다. 안이하다. 연금개혁의 종지부를 다음 정부에 넘기려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연금개혁이 난제 중의 난제지만 성공한 외국 사례가 많다. 영국과 캐나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역사적 책임과 소명을 정말 피하지 않고 가겠다"고 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급한 일이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따른다. 특히 노동개혁은 국내 최대 이익단체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을 한편에선 설득하고 한편에선 법치주의에 입각해 담대하게 대응해야 한다. 작년 화물연대 불법파업에 법과 원칙 대로 대응한 결과 지난 20여년 간 보지 못했던 노조의 '항복'을 받아내지 않았나. 교육 개혁도 마찬가지다. 전교조의 저항을 넘어야 한다. 연금개혁 역시 강고한 기득권층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대의와 법, 원칙 아래 설득과 타협으로 개혁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계묘년 새해는 '개혁의 해'이고 기득권 저항을 딛고 꼭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고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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