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호] "하계U대회 충청권 메가시티의 초석 될 것"
충청권 4개 시·도 초광역 협력 강조
체육계 정상화 앞장서는 '체육대통령'
'체육대통령'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은 전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스포츠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건전한 체육문화가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스포츠 권위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운명적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대전·세종·충남·충북 충청권 4개 시·도에서 2027년 열리는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 U대회)다.
이 회장은 "하계 U대회가 충청권 메가시티의 '길'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4개 시·도의 초광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계 U대회 유치를 이끈 이 회장을 만나 대회가 지역사회와 지역 체육계에 미칠 영향, 대한체육회의 역할, 나아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美 노스캐롤라이나 뒤집은 비결은 'K 컬처'
이기흥 회장은 충청권에서 2027년 하계 U대회가 열리는 데 대해 "충청권 4개 시·도가 상대적으로 인프라 등이 열세인 상황에서 압도적으로 유치에 성공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점수에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605점, 충청권 574점으로 노스캐롤라이나가 우세했으나 집행위원 투표결과 충청권 14표, 노스캐롤라이나 7표로 배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면서 "시설이 열악해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유치 과정에서 개최지를 광역화해 비용은 낮추고 효과는 극대화한 점, 정부의 든든한 지원,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컬처 등이 인정받아 대회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에게 이 대회 유치가 주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그동안 준비해온 스포츠 선순환 구조 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국민들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생활체육, 유·청소년 시기에 건강 습관을 다지고 전인적 성장을 돕는 학교체육,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힘을 알리고 한국체육의 발전을 견인하는 전문체육이 모두 가능해지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스포츠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하계 U대회는 충청권 시·도민을 비롯해 모든 국민에게 경기 및 부대 행사 등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 경험을 가능케 해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스포츠 선순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등 수많은 국제대회를 개최한 저력과 경험이 있다는 것. 실제 전세계를 통틀어 동·하계 대회를 모두 개최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 스포츠 역량을 충분히 방증한 셈이다.
◇성공적 대회 유치의 선결 조건은 '소통과 협력'
그럼에도 이 회장은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지금부터 꼼꼼히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충청권 4개 시도 지자체장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꼽았다. 인터뷰 하는 동안은 물론 끝난 이후에도 '소통'이란 단어를 스무차례 이상 언급했다.
그는 "타임테이블에 잘 맞춰 2027년까지 시설, 교통망, 숙소 등을 차분히 준비해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통이다. 각 지자체장은 물론 정부, 내년 상반기쯤 완성될 조직위원회와도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의사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역할을 위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 단계별로 나눠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물론 대한체육회 차원에서도 인력 파견에 나설 계획"이라며 "2026년 상반기에는 모든 인프라를 구축해놔야 한다. 테스트 이벤트도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최초 국제대회…경제적 파급 2조7000억원
충청권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이번 하계 U대회가 처음이다. 특별히 권역 내 4개 시도가 함께 하다 보니 어쩌면 이번 대회가 구체적 방안 없이 말로만 전해지던 '충청권 메가시티'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행정적 통합까진 쉽지 않더라도 체육경제처럼 훨씬 밀접한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머드급 국제대회를 유치할 경우 경제적·홍보 파급 효과는 물론 지역의 기반 시설을 발전시킬 수 있다. 대회 개최를 위한 체육 인프라 확충과 시설 구축은 곧 지역 발전의 효과로 돌아온다. 충청권에서는 대회 개최를 통해 2조7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만500여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길이 만들어지면 사람이 모이는 법이다. 경기를 치르거나 보기 위해 선수들과 시·도민들이 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기 마련"이라며 "이미 충청권에서는 각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아우르는 메가시티를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하계 U대회는 그 여정의 발판이자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간절히 바라고 있는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이기흥 회장은 추진력이 강한 실무형 체육회장이자 꿈을 심어주는 체육인으로 평가받는다. 폭력에서 자유로운 스포츠, 재정자립 등 자율성을 확보한 체육단체 등 체육계 정상화를 위해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남북공동올림픽 유치와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회장은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 이행에 따른 체육 현장의 혼란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 사업 조정에 따른 체육단체 간 업무 중복과 갈등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민간위원 구성 문제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 내 회원종목단체 입주 불가 문제 등 체육단체 자율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를 향해 성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처럼 현안에 집중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도 2021년 무산된 남북공동올림픽 개최의 꿈을 져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사실상 2020년 이후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올해 중국에서 열리는 하계 U대회와 아시안게임, 내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파리 올림픽대회 등을 무리없이 마친 뒤 2027년 충청권 하계 U대회 개최 준비까지 철저히 하겠다는 포부를 거듭 밝혔다. 이 회장은 "지금 하던 일을 꾸준히 하면서 2027년 열릴 하계 U대회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최태영 취재2팀 부장ㆍ정리=김소연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 회장은 1955년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 보문고를 나와 고려대 경영학 석사, 용인대 명예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직을 역임하며 스포츠와 연을 맺은 그는 이후 대한카누연맹 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 대륙 대표, 대한수영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2016년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후 2021년 1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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