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에 직면한 사회 계약과 좌파의 과제

한겨레 2023. 1. 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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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지난 12월7일 영국 하원에서 진행된 총리와의 문답에서 의원들이 리시 수낵 총리를 질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 |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선진국들은 그들의 엄청난 부에도 불구하고 확대되는 불평등과 오랫동안 고투해왔다. 불평등 심화는 파괴적인 사회 경제적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은 사회 민주주의적 가치를 옹호하는 싱크탱크가 절대로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도 지적하는 사항이다.

불평등은 많은 이들의 삶의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 ‘재능’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 발전을 억제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혼란 때문에 여러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동원해 그들의 경제와 노동시장을 보호하려 했지만, 결국 가장 취약하고 어려운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며 불평등이 심화했다. 지난해 초, 우리 모두는 절실하게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을 기대했지만, 이 희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파괴되었다. 당신이 어디에 살고 있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금의 현실을 피해갈 수 없다.

많은 국가에서 사회 계약은 상당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영국에선 전국 곳곳 푸드뱅크들이 생활비가 폭등하는 현재 위기 상황 속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 다수의 산업 분야에서 노동조합들은 실질 임금의 추락 속에서 노동자들이 파업 행동에 나서도록 호소하고 있다. 1978~1979년 대규모 파업인 ‘불만의 겨울’에서 따온 표현인 ‘새로운 불만의 겨울’은 의심할 여지 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리시 수낵 새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정부는 노조가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공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현재 파업 행동을 제한하는 새 법의 제정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독자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윤석열 정부도 파업한 화물노조 기사들을 공격했고 결국 그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세계노동기구는 당연히 심각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냉소적인 이들은 적절한 정책을 갖지 못한 위정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공격에 의존하게 된다고 지적할 것이고, 리시 수낵과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이런 가장 어려운 시절에 보통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두 정부는 자국에서 나타나는 사회 경제적 도전의 압박에 맞서기 위해 새 정책을 개발하는 대신 기껏해야 ‘오래된 와인을 새 병’에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제와 같은 노동시간 제한 조처를 완화하려는 윤 대통령의 계획이 한 예이다.

그러나 이렇게 보수진영이 정책의 실종 상태에 처해 있다고 해서 좌파진영이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의 우려 해소를 넘어 그들을 신나게 할 대안적인 경제 사회적 프로젝트를 개발하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 노동당 구호인 “다 함께 더 강해지자. 더 공정하고, 푸르른 미래”는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좀 더 정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반대파의 약함에 기대기보다는 진보적 계획들을 실현하기 위해 유권자들을 동원할 수 있는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새 정부가 출범 첫날부터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히 알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민주당은 오는 12개월 동안 자국을 위한 대안적인 정치 프로젝트의 윤곽과 정책 개발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이 더 공정하고 녹색 지향적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윤 정부의 노동시간 규제 완화나 원전 부활 정책에 반대하는 것을 넘는 어떤 진보적인 정책을 갖고 있는가. 명확하고 혁신적인 정책 프로그램과 분명하고 일관성 있는 소통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우파가 노출하는 취약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른 사회 그룹들과 연대하고 진보적 프로젝트를 위한 더 넓은 사회적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새해가 한국이나 내가 사는 영국 모두에 의미 있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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