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겨울이지만 혁신의 싹은 튼다

한겨레 2023. 1.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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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지난해 투자의 겨울을 보냈다.

2020년과 2021년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 상장을 앞뒀던 후기 스타트업도 급속히 냉각한 시장에 몸을 사렸다.

스타트업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밸류 조정이 가속화하며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을 반영한다.

스타트업은 자금이 다시 흐르기 시작할 때 투자자에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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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스타트업 캠퍼스’. 경기도청 제공

[뉴노멀-실리콘밸리] 김인순 | 더밀크코리아 대표

스타트업은 지난해 투자의 겨울을 보냈다. 지난해 초부터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거시 경제 상태가 악화했다. 상장 기업은 공개 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했다. 후기 스타트업은 기업 가치가 낮아졌다.

2021년 전례 없이 투자금이 넘쳤던 스타트업은 2022년 냉정한 현실과 마주했다. 2020년과 2021년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 상장을 앞뒀던 후기 스타트업도 급속히 냉각한 시장에 몸을 사렸다.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공개 흥행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벤처캐피털(VC)이 나서 기업공개 일정을 늦췄다.

시장 분석 기업 시비(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 자금은 745억달러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가장 큰 분기 하락이다. 2021년 4분기 최고치에 달했던 벤처 자금은 1년 뒤 58%나 하락했다. 거래 수도 7936건으로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시비인사이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벤처 투자금이 약 3290억달러라고 밝혔다. 4분기까지 더하면 4389억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벤처 투자는 2022년 1분기 1421억달러, 2분기 1126억달러, 3분기 745억달러로 감소했다. 거래 건수도 줄었다. 3분기까지 투자 건수는 2만6294건이다. 시비인사이트는 2022년 전체 거래 건수는 약 3만5059건으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건수는 많지만 규모는 줄었다. 스타트업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밸류 조정이 가속화하며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을 반영한다.

미국 동부에 엄청난 한파가 몰아쳤다. 스타트업은 이보다 더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하지만 눈 내리는 시장에서 한탄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실제 내부를 봐야 한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벤처캐피털은 지금 막대한 ‘드라이 파우더’를 쌓아놨다. 드라이 파우더란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돈이다. 투자가들은 창고에 돈을 쌓아두고 더 유리한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총자본은 2901억달러(약 384조원)에 이른다. 최근 4년간 결정한 펀드가 3600개나 된다. 벤처캐피털은 지난해 1509억달러를 모금해 새 기록을 썼다. 전통 벤처캐피털 외에 헤지펀드와 기업벤처투자회사(CVC), 사모펀드(PE) 등도 자금을 들고 있다. 이 자금까지 추산하면 드라이 파우더는 더 늘어난다.

이 때문에 2022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투자자들이 올해는 재작년과 같이 블록버스터 투자 활동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투자자는 가능한 최상의 거래를 하기 위해 투자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펀드는 2021년 1380억달러를 모금했다. 2022년 상반기에 1210억달러를 모았다. 벤처캐피털이 현재 보유한 드라이 파우더는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연평균 1470억달러의 거의 두배에 이른다. 업계는 이 정도 자금이면 향후 3년간 현재 속도로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캐피털 역시 자금이 흘러야 앞으로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지금 벤처캐피털은 성공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기에 놓였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런 기회를 잡아야 한다. 투자자는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면 도약할 준비가 된 기업에 바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 금융위기 때 시작한 기업이다. 투자자는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시절에 지원한 스타트업이 큰 성과를 거둔 경험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은 자금이 다시 흐르기 시작할 때 투자자에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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