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이주노동자의 예정된 거대한 갈등 [2030의 정치학]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농촌, 요양병원 등 저부가가치 산업을 대체하는 이주노동자
코로나19 국면 종식으로 올해 이주노동자 대거 유입 예상
유럽과 트럼프의 미국처럼, 거대한 갈등 가능성에 대비해야
우리 부모님은 식당을 하신다. 무슨 근사한 레스토랑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동네 밥집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한숨이 그칠 날이 언제 있겠냐만, 요즘 들어 부모님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할 사람이 당최 구해지지 않아서다. "최저임금 받고 누가 식당일 하냐"고 묻는다면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 최저임금의 1.5배를 상회하는 급여를 내걸더라도 문의 전화는 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전에는 중국동포나 중국인 노동자분들이 그 자리를 메워주셨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출입국이 통제되면서 상황이 여의찮아졌다. 공장이나 농장, 건설 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부가가치 산업이 이주노동자들로 대체되고 있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농촌은 이주노동자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요양원도 중국동포들로 간병인 인력의 상당수를 충당하고 있다.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시아마트는 그 지역 경제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표식과 같다.
선진국은 주변국으로부터 사람이 유입되게 마련이다. 재작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공식적으로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은 대한민국에 선망과 기회를 향한 열망이 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한류 콘텐츠가 맹위를 떨치며 우리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팬데믹으로 굳게 잠겼던 빗장이 슬슬 풀려날 걸로 예상되는 올해, 코리안 드림을 좇는 이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밀려올 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곧 서구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갈등에 우리도 합류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에서 처음 트럼프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어그로꾼' 정도로 여겼다. 우리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이민자들을 막겠다는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그 장벽은 바이든에 의해서도 건설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유럽의 극우 정당들 역시 반이민 기치를 내걸고 각지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 반이민 정서에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폴란드 같은 나라들은 물론 우리가 이상향으로 바라 마지않는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미 거대한 갈등은 우리 눈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본체만체할 뿐이다. 몇 년 전부터 불철주야 검찰개혁에 매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의제를 돌볼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민청 설립 등의 화두를 던지며 이슈를 선점하긴 했지만, 조선소 인력난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봤듯 그 방식은 대단히 단편적이다. 값싼 노동력을 많이 들이면 된다는 생각뿐 그들의 발목을 잡는 사업장 변경 제한 규정이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반이민 바람이 거세질 때 지금 정부가 그걸 현명하게 풀어 내리라 기대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산업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동료가 아닌 2등 시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7~9월 실시한 '2022년 인권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54.1%가 "우리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혐오 또는 차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막 확산하던 2020년 초, 중국동포를 향한 무차별적 반감은 그 실제 사례였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30년 3,381만 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당장 출산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인 산업현장의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는다. 올해부터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될 거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때 우리는 그들을 동료 시민으로 맞을 수 있을까? 나는 우리가 트럼프의 얼굴을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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