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의 동네서 난리”…은마 주민들, 법원 제동에도 ‘정의선 집 앞’ 몰려가 ‘꼼수’ 시위

김수연 2023. 1. 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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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개인의 주거지 인근 시위 안돼” 판단에도 은마 추진위 한남동 주택가서 ‘GTX 우회하라’ 시위 지속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입구 도로에 GTX-C 은마아파트 관통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수연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지하 통과에 반발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법원의 시위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장소와 현수막 문구 등을 변경해 꼼수 시위를 이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추진위 일부 주민들은 법원의 시위 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GTX-C 노선 시공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현대건설과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추진위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정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 확성기 사용 및 250m 이내 비방 현수막 설치 등이 금지됐다. 같은 내용이 적힌 피켓 시위나 현수막을 부착한 자동차의 주·정차도 금지된다.

재판부는 당시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며 “오로지 사적으로 거주하는 주거지는 이 사건 집회 및 시위의 목적과 연관성이 극히 낮고, 정 회장 자택 부근에서 시위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 인근 도로에서 줄지어 차량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추진위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러나 추진위는 지난달 13일부터 차량 시위 등을 재개했다. 장소는 법원이 금지한 시위 장소를 10m가량 비켜가는, 260m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현수막 문구도 변경해 도로를 따라 현수막도 새로 설치했다.

시위는 1시간 이상씩 ‘GTX 은마관통 결사반대’ 등의 현수막을 부착한 차량들이 한남더힐 부근에서 출발해 한남오거리를 기점으로 유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날까지는 시위 차량 조수석에 확성기를 싣고 약 2.6㎞ 구간을 오가며 ‘GTX 우회하라’ 등의 시위 구호를 반복적으로 내보냈고, 새해인 이날부터는 침묵 시위로 변경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시위 방식에 한남동 인근 상인들과 주민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상인은 “차량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소음으로 시끄럽기도 하고, 가끔 차량이 몰릴 때는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며 “법원 결정이 나왔다는데 꼼수더라도 계속 시위를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남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달 추진위가 유튜브에 올린 시위 영상에 “왜 여기 와서 이 난리를 치느냐”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추진위는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지하를 GTX가 통과하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를 60m가량 관통한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최고 14층 28개동 4424가구의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지난해 11월5일 부착됐던 이태원 참사를 빗댄 현수막. 현재는 철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프랑스의 경우 시위 해산 명령을 어길 시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해외에서는 무분별한 시위를 엄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일부 모호한 표현 탓에 다수의 불편을 야기하는 시위에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달 법원 판단으로 총수 일가 자택 앞 등에서의 무분별한 시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꼼수 시위가 가능한 탓에 현행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은 21건으로 그중 절반은 소음, 모욕, 표현방식 등이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의견을 담고 있으나, 여야가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아직 표류 중인 상황이다.

한편 추진위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에도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아파트에서 또 터진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었다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현수막은 논란이 일자 당일에 철거됐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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