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매몰된 나라 미래없다"…尹집권 2년차 키워드 `경제·도약`
무역금융 역대 최대 '360조' 계획
사회약자·대북정책은 언급 안해
尹 신년사 '3대 개혁' 강조
윤석열 대통령의 계묘년 새해 신년사 키워드는 '경제위기 극복'과 '대한민국의 재도약'으로 요약된다.
세계 경제 하락세가 엄중하다는 판단 아래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방향을 철저하게 경제 활성화와 성장의 발판을 다지는 데 맞춘 것이다.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경제'를 11번이나 외쳤다. 뒤이어 '미래'가 10번, '개혁'과 '세계'가 각각 8번, '수출'이 6번, '위기'가 4번, 자유와 법치가 각각 3번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를 극복할 방안으로 수출을 제시했다. 인프라 건설과 원전, 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는 '해외 수주 500억 달러 프로젝트'를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4.5%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자원부국 및 신흥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해 '수출 마이너스'를 '수출 플러스'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수준인 360조원 공급하고, 고금리 부담도 완화할 계획이다.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최근 내놓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도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포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신년 업무보고에서 생산기지와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아세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간재와 한류·할랄을 연계한 소비재 수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중동 시장은 탈석유, 산업화 정책에 맞춰 한-사우디 경제정상 외교 후속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고, 플랜트, 인프라 진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범부처 차원에서 수출 지원전략을 세우는 등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가동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 점검회의부터 신년사까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강조한 궁극적으로 이유도 3대 개혁이 경제성장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 타파를 3대 개혁의 선결과제로 삼았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제게 부여한 사명을 늘 잊지 않고,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노동계 기득권 척결의 기치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공 서열 시스템이 대기업 노조와 대형 산별 노조의 기득권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빚은 화물연대와 타협보다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했던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에 대한 대응책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 확충 등에 대한 구상은 담기지 않았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전반적인 국정철학을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비전은 추상적이었고 위기 극복의 해법은 모호했다"며 "수출 전략이라는 것이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와 경제를 연계하겠다는 것이라면 제1교역국인 중국은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3대개혁을 기득권 타파라고 규정한 것에도 "대통령이 말하는 기득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득권을 가진 것은 윤 대통령과 검찰과 정부·여당"이라고 주장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경제위기 극복과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이야기했지만 방향도, 구체적인 방법도 틀렸다"며 "노동·교육·연금개혁을 이야기하면서 국민들과의 소통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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