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우병우·원세훈 사면…검사 윤석열 배신한 대통령 윤석열
"경직된 공직문화 청산"…이명박, 우병우, 원세훈 등 신년특별사면
국정원 선거개입, 박근혜 국정농단, 다스 등 수사 지휘했던 검사 윤석열
SK, 국정농단 등 검사 한동훈도 수사팀 핵심으로 활동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우병우 전 민정수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대상으로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그의 검사 시절 행적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국정원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장, '국정농단' 특검 특별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역임하며 이들에 '칼'을 휘둘렀던 당사자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사면에 특히 기준, 공정 없는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7일 정치인공직자, 선거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373명을 대상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횡령·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특사로 15년의 잔여 형기뿐 아니라 벌금 82억 원도 면제받는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잔여 형이 5개월 남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번에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복권은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도 특사에 포함됐다. 당국은 보도자료에서 “잘못된 관행으로 직무상 불법행위에 이른 공직자들을 선별하여 사면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과거 경직된 공직문화를 청산하고자 한다”고 했다.
원세훈 수사하며 이름 알린 윤석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3년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특임검사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놓고 “검찰에서 손꼽히는 특수통”이라고 했고 윤석열 검사는 윗선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유죄를 강하게 주장했다.
2013년 6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총선, 대선에 개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명확한 데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금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원 전 원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얘기한 것을 인트라넷에 게시했고 선거 때 문재인 전 후보를 찍으면 다 종북 좌파이고 종북 좌파의 정권 획득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게 공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팀장은 같은 해 10월 전격 경질됐고 이후 국정감사에서 “외압이 있었다”며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고 말하면서 화제 중심에 섰다. 항명 지적까지 받으며 윤석열 팀장이 어렵게 수사 물꼬를 틀었고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여론조작, 불법 정치공작 등으로 징역 14년을 구형받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포함한 8명의 관계자들은 지난달 사면이 결정됐다.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윤석열이 배신한 셈이다.
'화려한 부활' 국정농단 특검수사팀 핵심 윤석열·한동훈
이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특검수사팀도 이끌었다. 한겨레는 당시 보도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 석자는 박 대통령의 '역린'”이라며 “윤 검사는 올해 초 또 다시 대전고검으로 좌천 인사를 당하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찰 인사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고 했다.
검사 윤석열은 특검이 가장 공을 들이던 박근혜 대통령 '뇌물 혐의 입증' 부분을 맡았다.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의 현안을 들어주는 대가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을 약속받았는지와 미르재단 등에 자금을 출연한 53개 기업 가운데 대가 관계가 두드러진 삼성, 롯데, SK 등을 수사했다.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도 SK, 현대차 등 '대기업 저격수'로 팀에 참여했다.
윤석열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수식 끝에 이재용 삼성 당시 부회장은 2017년 2월 구속됐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또한 각각 같은 해 1월, 12월에 구속됐다. 하지만 특별사면에 예외는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특별사면된 뒤 회장 자리에 올랐고 우병우, 김기춘은 물론 조윤선, 최경환, 이재만 등 국정농단으로 징역을 받았던 대부분이 사면 명단에 올랐다.
윤석열 지검장 “이명박 혐의 무거워…구속 수사 필요성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현재 우리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라며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동아일보는 이를 놓고 “정권에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혔다”며 “박근혜 검찰을 문재인 검찰로 대체하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 아니길 바란다”고 우려했다.
이후 윤석열 지검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다스 실소유주 의혹, 각종 불법자금 수수 및 경영비리 등 이명박을 향한 주요 혐의 수사를 이끌었다. 특히 이전에 국정원 개입 수사를 이끈 경험이 있기에 이명박 선까지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검사 한동훈도 당시 국정 농단 사건 공판을 책임지며 2017년 8월 승진하는 등 서울중앙지검의 요직을 차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22일 결국 구속된다. 윤석열 지검장은 당시 검찰총장에 직접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며 혐의가 많고 무거운 데다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는 수사팀 입장을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의 핵심이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라고 콕 집은 신문도 있었다. 2018년 3월 21일 보도에서 중앙일보는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의 '변곡점'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교롭게도 당시 중수부 수사팀 핵심 멤버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등 현재의 이 전 대통령 수사팀 지휘부”라고 했다.
2018년 9월 1심에서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000여만 원이 확정된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지난달 27일 사면됐다. 개인 비리에 대한 사과 메시지는 없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건강을 회복하시라”고 '위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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