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2023년, 질문도 답도 달라야 한다
'추격의 끝에 머물 것인가, 다시 한번 몸을 던져 다음 세상의 실마리를 붙잡을 것인가.'
'최초의 질문'의 저자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벤치마킹'이란 알려진 길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진짜 여행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과 산업혁신의 원동력을 연구해 온 이 교수가 찾은 답은 다름 아닌 '질문'이다. 자신만의 질문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앞선 이들이 만든 퍼즐판 위에서 문제를 풀기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만의 퍼즐판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혁신만의 얘기가 아니다. 2022년, 전세계는 과거의 규칙과 기록을 완전히 뒤집는 수치들을 받아들었다. 금리, 성장, 수출, 환율, 물가에 이르기까지 경제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들이 수십년 간 이어온 흐름에서 벗어난 채 널뛰었다.
계묘년(癸卯年)에도 경제 건강수치는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미국 Fed(연방준비제도)조차 시시각각 변하는 데이터에 맞춰 길을 더듬어 가겠다고 밝힌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미국발 긴축,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발 '제2 팬데믹 충격', 정치와 외교가 경제와 산업을 흔드는 '기정학'(技政學) 시대의 도래는 비효율, 고비용, 저성장을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자신의 저서 '블랙 스완'(검은 백조)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만 전혀 예측하기 힘든 일인 '블랙 스완'과 대비해, 이미 알려진 악재이지만 해결책을 못 찾고 상황이 이어지는 것을 '그레이 스완'(회색 백조)에 비유했다.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인구 절벽'이 그렇다. 기록적 가뭄과 한파, 폭우로 이어지고 있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도 회색 백조다.
모두가 딛고 선 바닥이 흔들리고 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다. 성장 공식뿐 아니라 생존과 안전,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태원 참사부터 강남 일대 침수사태, 과천 방음터널 화재, 북한 무인기 침투에 이르기까지 국가·사회 안전판마저 위태롭다.
흐름과 틀이 바뀌면 대응 알고리즘도 다시 짜야 한다. 우리가 던지지 않은 수많은 질문이 가져온 위기와 사고를 되짚어야 한다. 대형 사고와 문제는 모두가 과거의 습관과 루틴에 익숙해진 사이에 그 허점을 뚫고 터지고 있다.
정치는 국가보다 이권을 지향하고, 그것이 가져올 국가적 문제에 대해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정권은 혁신과 위기 타개보다 권력에 집중한다.
경제와 사회에 온갖 불안이 덮치고 있지만 힘을 가진 이들은 피아(彼我) 구분에 몰두한다.
그 안에서 '무엇이 중한지'를 묻는 이가 안 보인다. 기업 역시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이윤을 챙길지에 탐닉한다. 작년초 한 기업에서 시작해 금융기관, 공공기관까지 이어진 횡령사고도 같은 맥락이다. 이태원 참사 역시 연관된 수많은 이들 중 어느 한 명이라도 제대로 질문을 던졌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정동 교수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자기만의 고유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매일매일 도전하는 사람이 가득하고, 그런 도전을 지원해줄 수 있는 국가가 기술 선진국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국가와 사회, 기업이 변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습관과 관행을 깨고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격려하는 조직이 늘어나야 한다.
중동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미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세계적인 창업국가가 된 뒤에는 '후츠파(Chutzpah)' 정신이 있었다. 눈치 보지 않고 두려움 없이 당돌하고 뻔뻔하게 도전하는 기질이다. 그 바탕에는 권위자에게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있다.
질문도 답도 내가 찾아야 내 것이 된다. 검은 백조와 회색 백조가 예고 없이 등장하는 복합위기의 시대,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끈기 있게 매달리는 이들이 한국의 희망이다. 그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안경애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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