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약자 고통 키우는 ‘편가르기’ 극복하는 한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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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경기후퇴와 고금리, 고물가 속에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경제적 시련이 예고돼 있다.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서민을 두텁게 지원할 재정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은 근거 없는 낙수효과에 기댄 '장밋빛' 수출 다짐과 '노동 개혁' 강조에만 신년사를 할애했다.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그것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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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경기후퇴와 고금리, 고물가 속에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경제적 시련이 예고돼 있다. 우리 사회에 큰 과제를 남긴 10·29 이태원 참사는 아직 진상규명조차 온전히 시작되고 있지 못하다. 3년간의 코로나19 ‘거리두기’에서 벗어나고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 리더십을 찾았지만, ‘편가르기’와 ‘정쟁’이 심화되어온 지난해는 ‘새로운 도약’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1일 <한겨레>가 새해를 맞아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간, 유권자 간 대립과 갈등’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는 대답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난 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지난 대선 때의 극심한 진영 대립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정당 간 대립·갈등의 책임이 대통령 또는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대답이 오차 범위 안에서 비슷하고, 차기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대답이 팽팽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트럼프 시대가 보여줬듯, 정치에서 상호 관용이 깨질 때 민주주의의 토대는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단 한번도 야당 인사들을 제대로 만나지 않고 ‘전 정권 탓’으로만 일관하며, 야당이 국가 운영 과정에서 경쟁 속 협력을 해야 하는 존재임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검찰의 편파 수사가 배경이긴 하나 거대 야당은 유능한 정책적 대안을 보여주기보다 집권세력의 실책에 자주 편승하려 했던 게 사실이다.
걱정스러운 건 정치권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여당과 기업들은 삭감된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소송으로 답했고, 안전운임제를 확대하라는 화물노동자들을 업무개시명령으로 눌러앉히며 ‘기득권’이란 딱지를 붙였다. 소수자들과 시민들이 곡기를 끊어가며 요구했던 차별금지법도,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외쳤던 ‘장애인 권리예산’도 답 없는 메아리로 끝났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6%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첫해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는 전기 등 공공요금까지 오르고 있어 물가 오름세 또한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취업자 수도 장기 추세에 훨씬 못 미치는 10만명 증가에 그칠 전망에 더해 수출마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서민을 두텁게 지원할 재정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은 근거 없는 낙수효과에 기댄 ‘장밋빛’ 수출 다짐과 ‘노동 개혁’ 강조에만 신년사를 할애했다. 매우 유감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정치권의 유권자 ‘갈라치기’는 올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새해 여론조사에서 “민주주의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국민들 응답이 58%가 넘는 현실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정치를 바꿔낼 힘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서민과 약자에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 국민들의 의식에 있다.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그것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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