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지속가능할 토대는 마련됐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사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의 전개와 궤를 같이한다. '환경문제로 인한 성장의 한계'라는 주제를 논의한 1972년 유엔(UN) 인간환경회의에서 대두된 지속가능성 개념은 1987년 UN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브룬트란트 보고서가 발표되며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으로 진화한다. 여기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미래세대의 수요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했고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서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개념으로 전개되며 ESG는 진화해왔다. 범인류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면서 핵심 동력인 기업 역할이 부각되고 또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 지속가능성에 초점 맞춰 발전돼 온 것이다. 그러면 ESG가 지향하는 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근본 토양을 우리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이 문구를 한때 필자는 무척 싫어했다.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에 대한 충실함' 만을 강조하고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제한하는 권위주의적, 신분사회적 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화두로 대두된 ESG 근간이 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시대에는 각각 주체가 서로에게 '이해관계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이 문구가 주는 의미가 새롭고 무겁게 다가온다.
우선 국가 정책은 정말 정권과 무관히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결정돼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각자 입장에서 최선과 최고는 다르게 해석될 수 밖에 없다. 내 편, 네 편을 위한 정책공학적 계산에 앞서 '이 정책이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최근만 해도 4대강, 탈원전, 노사관계 기준, 공기업 평가 기준 등 경제 방향을 바꾸는 정책이 전광석화처럼 발생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거시환경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정책 방향성이 지속가능성을 상실한다면 그 속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준비할 수 있을까? 국가경영 철학은 내 편이 아닌 미래세대를 염두에 둬야 하고 이것이 ESG 본질이다.
기업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 총아로서 그 본원적 역할인 가치 창출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진화돼 온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추구해 나가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따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경제적 가치 즉 재무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다양한 혁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혁신과 변화에 대한 도전정신을 잃는다면 기업 지속가능성은 한낱 아름다운 미사여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기업에 이해관계자로서 역할을 부여하듯 기업 내외부 이해관계자 역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내부 이해관계자 중 핵심인 근로자와 노조는 그들에게 부과된 사회적 책임(노조의 사회적 책임) 역시 엄중함을 인식하고 고객과 나아가 사회에 대한 본질적 역할을 살펴야 한다. 외부 이해관계자 중 핵심이자 고객이기도 한 시민 개개인도 과연 진정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냉철히 고찰해야 한다.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연한 사회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모순되는가? 동시에 ESG적 소비가 가져올 수 있는 작은 불편함을 실천해나가는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다양성이 갖는 찬란한 아름다움은 그 속에 역동성과 변화를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부여한 역할의 본질적 과업을 우선 충실히하는 본연의 자세를 새길 때 기업, 사회, 인류의 지속가능성은 실현될 것이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sangle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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