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기술혁신 30년… 획기적 태양광 장비 선뵐 것" [중기·벤처 'Why Pick']

강경래 2023. 1. 1. 1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
토종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주자
올해 창립 30돌… 특허만 3045개
다음 목표는 '글로벌 회사 도약'
R&D센터·제조사업장 환경 완비
"벤처, 사업가 면모도 갖춰야 성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앞으로 30년은 혁신에 신뢰를 더해 세계적인 장비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난 12월 30일 경기도 광주 주성엔지니어링 본사(광주캠퍼스)에서 만난 황철주 회장은 "지난 30년은 기술혁신으로만 성장하려 했다. 하지만 세상은 결국 관계와 기득권으로 움직인다"며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에 매진하는 동시에 기득권으로부터 신뢰까지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 회장에게 '계묘년' 새해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다.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가인 황 회장은 과거 외국계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당시 삼성, 현대 등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어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황 회장은 당시를 돌이키며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에 투자할 자본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해야 했다"며 "이런 이유로 반도체 장비 역시 전량 외산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이에 황 회장은 우리 기술로 반도체 장비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지난 1993년 4월 13일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황 회장이 이끄는 주성엔지니어링은 커패시터 전용 장비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황 회장은 "반도체는 커패시터와 트랜지스터를 조합해 만든다"며 "하지만 이전까지 커패시터는 트랜지스터 장비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커패시터 전용 장비를 만들고 보니 세상에 경쟁자가 없었다"며 "창업 초기부터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반도체 장비 사업을 안착시킨 뒤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분야에 잇달아 진출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PE CVD)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대만 등 국내외 유수 업체들과 활발히 협력한다.

황 회장은 태양광 장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환경변화로 인해 각국에서 태양광 투자 계획을 앞당긴다"며 "이를 겨냥해 새로운 태양광 기술인 'HJT'(Hetero Junction Technology) 장비 개발에 주력한다"고 했다. 이를 적용하면 양면 발전을 통해 발전전환효율(빛을 받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공정도 단순해 제조원가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동안 확보한 반도체 증착, 디스플레이 대면적 기술을 기반으로 HJT에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을 융·복합, 35% 이상 발전전환효율이 가능한 장비를 업계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

황 회장은 "태양광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황 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 다양한 장비 제품군에서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매출액은 2022년 3·4분기 누적 기준 3311억원에 달했다. 지난 30년 동안 확보한 특허만 국내 장비 업계 최다인 3045개에 이른다. 이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최근 제20대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황 회장은 창립 30주년을 계기로 향후 30년 동안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채비도 갖췄다. 먼저 2020년에는 경기 용인에 부지 2만6000㎡ 규모로 R&D센터를 구축했다. 특히 R&D센터에는 연구·개발(R&D) 장비와 클린룸 인프라 등을 포함해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했다. 2022년 9월엔 추가로 800억원 가량을 들여 2만2000㎡ 규모로 본사를 겸한 제조사업장인 광주캠퍼스도 완공했다.

황 회장은 "그동안 광주 본사에 생산동, R&D동 등 총 10개 동을 운영했다"며 "이를 용인R&D센터에 이어 광주캠퍼스 가동을 통해 2곳 거점으로 재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광주캠퍼스 완공으로 장비 생산능력과 효율성이 10배 정도 확대했다"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장비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황 회장은 후배 벤처기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누구나 창업을 하면 기업가로 출발하지만 이후 사업가로서의 역량도 갖춰야 한다"며 "세상은 공정과 정의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관계와 기득권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