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Z세대의 마음을 잡아야 산다[박광규의 알쓸패잡]

기자 2023. 1. 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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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확장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명품에 대한 매출이다. ‘경험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들의 명품 열풍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증이 확장되면서 타인에게까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업계는 MZ세대가 5년 이내에 명품시장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 맞춰 명품 브랜드는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영국 패션 전문 매체 BoF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Z세대(12~25세)가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는 ‘나이키’와 ‘구찌’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중 Z세대의 마음을 성공적으로 사로잡은 구찌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제품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Z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을 펼친 구찌는 매출 상승이 두드러졌다.

구찌는 예전에 명품에서도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브랜드였지만 ‘미켈란’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변화가 오면서 뉴미디어를 통한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젊어지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했다. 디자인 전략도 다양화했다. 전통적인 디자인을 고수하고 권위를 강조하던 예전과는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을 전개했다.

구찌는 메타버스에 가장 선행적으로 진출하면서 구축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제페토 월드맵에서는 구찌의 정체성이 담긴 공간도 새롭게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Gucci Villa)’ 월드맵에서 직접 아이템을 착용해 볼 수 있다. 제페토에는 구찌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패턴이 수놓아진 의상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 수십 종의 아이템을 쇼핑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는 아바타에 구찌의 옷과 신발을 입힐 수 있다.

또 해당 제품을 실제로 판매하는 구찌 온라인 사이트 링크를 연결해 현실에서도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쉽게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캐릭터나 아바타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Z세대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한 것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재미’라는 가치를 충족해 주고 있다. 재미를 통해 생긴 긍정적인 감정은 ‘구찌’라는 브랜드에 쉽게 연결되고, 결국 이런 콘텐츠는 Z세대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됐다. 스스로 체험하고 경험한 것에 높은 신뢰를 보이는 Z세대를 위해 공간의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신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사용을 즐기는 Z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 것이다. Z세대는 사용하는 제품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고, SNS 용어로 ‘플렉스(Flex: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 문화’를 따르기에 명품 소비 욕구가 강한 그들의 욕구를 잘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구찌는 먹거리 콘텐츠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작년 봄에 오픈한 이태원 구찌가옥은 6층에 개장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레스토랑으로, 명품 마니아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피렌치의 1호점을 시작으로 LA와 도쿄에 이어 4호점을 서울 이태원에 선보인 것이다. 구찌 특유의 초록색 인테리어에다 고풍스러운 식기와 가구들, 예쁜 플레이팅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했다. 매장에 비치한 소품 하나하나에도 구찌의 브랜드 정신이 엿보일 정도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패션 아이템 브랜드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들었다.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를 보면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내용들이 눈에 띈다.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경험하는 데 좋은 이미지로 다가간 것이다.

반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명품 브랜드도 있다. 그들은 매번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과 유사한 콘텐츠로 그들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친구들에게 그 브랜드는 ‘올드한 느낌’이고, 가방이나 의류를 입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데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고인 물에 머물 수는 없을 것이다.

명품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Z세대를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주도적인 자세로 새롭게 변화된 콘텐츠를 즐기게 하면서 더욱 몰입된 팬심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팬덤 문화의 중심에서 부가적인 스토리를 창출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박광규는 누구?

이랜드그룹, F&F, EXR 중국 등의 임원을 거쳐 NEXO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산업에 30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 청년 인큐베이팅, 패션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Gerson Lehrman Group의 패션 부문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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