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핵심 싹 교체한 김정은···‘군 서열 1위’ 박정천 해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군부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당·군 주요 보직에서 배제했다. 총참모장·국방상 등 군부 핵심 인사들도 교체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6~31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박 부위원장이 소환됐다고 1일 보도했다. 박 부위원장은 당 비서직에서도 해임됐다.
박 부위원장은 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도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신년경축대공연 사진을 보면 정치국 상무위원 참석자들 중 박 부위원장만 빠졌다. 전원회의에서 ‘조직 문제’ 의결이 끝나고 박 부위원장이 앉아있던 주석단 1열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간 박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위원장을 겸직한 중앙군사위에서 부위원장을 맡아 군부 서열 1위로 평가돼왔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스톰) 실시에 강하게 반발하는 담화를 두 차례 내며 ‘강 대 강’ 대결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력 법제화’와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등 올해 군사적 성과를 높게 평가한 상황에서 박 부위원장 해임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비서직 모두 교체했다는 점에서 문책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갑자기 내쳐질 만한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건강상 문제 등 기타 사유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박정천 해임은 2인자 그룹에 대한 관리와 함께 국방 부문에서 애초 기대와 달리 성과가 신통치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7차) 핵실험 유보 등과도 연계해 추정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박 부위원장이 맡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비서직에는 리영길 국방상이 임명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 관련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박정천이 주로 포병에서 경력을 쌓은 데 비해 리영길은 군단장 등을 역임한 야전·작전통”이라며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 전략·전술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기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군부 3인방으로 불리는 총참모장(남한의 합동참모본부의장 격)·국방상(국방장관 격)·총정치국장 중 2인도 교체됐다. 리태섭 총참모장은 사회안전상(경찰청장 격)에, 박수일 사회안전상은 총참모장에 임명돼 서로 자리를 바꿨다. 국방상에는 강순남 노동당 민방위부장이 임명됐다.
박수일 신임 총참모장은 당 정치국 위원에도 보선됐다. 홍민 실장은 “과거(군부에서) 총정치국장 서열이 가장 높았으나 최근 2~3년 사이에 총참모장이 1순위, 총정치국장은 3순위로 바뀌었다”며 “김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군사 지휘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함에 따라 총참모장이 정치국에 진입하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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