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의 부활…베이비부머 가성비 찾는다
상시 할인·합리적 가격 선호
웰메이드 작년매출 12% 성장
단골 맞춤형 서비스 효과도
'욜드족' 겨냥 파격디자인 인기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을 딛고 의류 시장에서 로드숍(거리 매장)이 부활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오랫동안 찾아가던 '단골 매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로드숍은 백화점보다 수수료 지출이 적어 가격을 낮출 여력이 큰 편이다.
로드숍의 반등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업체가 세정이다. 세정은 남성복 편집숍 '웰메이드'와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의류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한파를 맞았지만 지난해 모처럼 상승세로 전환했다.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웰메이드 전체 매장의 매출액은 2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2020~2021년 매출이 연간 2500억원 안팎으로 정체됐는데 지난해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웰메이드는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 '브루노바피' 등을 모아서 판매한다. 여성복 브랜드인 올리비아로렌 또한 지난해 매출액이 1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최근 10년 사이에 줄곧 감소하던 매장 수도 늘었다. 지난해 웰메이드는 전년 말 대비 10곳, 올리비아로렌은 20곳 증가했다.
패션업계는 지난해 로드숍 판매가 늘어난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로드숍은 중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아웃렛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보다 가격 경쟁력이 밀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로드숍은 백화점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로 전환하기 어려워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물가 추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자 베이비붐 세대가 로드숍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네트워크를 형성한 로드숍 점주들이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로 웰메이드 광명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3억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1995년 개점한 웰메이드 광명점은 점주가 28년째 영업하고 있는데,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단골 소비자만 200여 명이다. 할인 기간에 들어가면 소비자들에게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평소 별다른 일이 없어도 안부를 물으며 유대 관계를 유지한다. 특히 고객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취향을 꼼꼼히 기록해두고 만약 원하는 제품이 입고되면 곧바로 연락해 찾아올 수 있도록 한다. 세정 관계자는 "로드숍 소비자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오랜 기간 찾아온 단골로 제품에 대한 신뢰 또한 강하다"고 강조했다.
패션업계는 올해 베이비붐 세대가 강력한 소비 주체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동안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게 집중하는 사이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 은퇴를 맞은 노년층이 공백 상태에 놓였다는 것이다. 안목이 높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려는 이른바 '욜드(YOLD·젊게 사는 시니어)'를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장년층 이상 여성은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지 않는 옷을 선호했는데 최근에는 노년층도 겉옷을 고를 때 엉덩이를 덮지 않는 등 파격적인 디자인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퇴로가 없다”…영끌쪽, 폭등기도 폭락기도 ‘벼락거지’ - 매일경제
- 20일 계좌개설 제한 없이 고금리 예적금 가입하는 방법 [신화!머니?] - 매일경제
- 새해 첫 출근길 강추위 온다…전국 아침 최저 -17도 - 매일경제
- “아내가 진통이 왔대요”…경기 도중 자리 뜬 풋볼 해설가 - 매일경제
- 60대 최민식이 확 젊어졌다?…30대 연기 가능하게 한 ‘비결’ - 매일경제
- 새해 첫 여론조사 尹지지율 44%…계묘년 40%대로 출발 - 매일경제
- 빌라왕에게 당한 세입자들 절망…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 매일경제
- 전장연, 2일 ‘지하철 시위’ 재개…“기꺼이 5분 내로 타겠다” - 매일경제
- 노동·정치 확 바꾸면 … 韓, 2035년 G5 간다 - 매일경제
- 드디어 입 연 석현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회피할 생각 전혀 없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