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中 의존 벗어나 경제구조 개선 기회로"
13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지나고 있지만 희망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가계부채 수준을 낮추며, 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 경제 안팎에서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며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배경이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여전히 안갯속이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이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금리 여파에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돼 금융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을 대중국 무역 의존도,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수출 물량 중 25%를 차지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해 수요가 급감하고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경기가 부진하자 타격은 고스란히 한국 경제에 전해졌다. 지난해 5월 한국 수출은 한중 수교 후 처음으로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 행진을 계속했고, 전체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4~11월 8개월 연속 적자였다. 이 총재는 "(올해) 전 세계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부동산 관련 금융은 오랫동안 형태만 달리하면서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관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올해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이 상충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화될 것을 감안해 한은과 재정당국 등 관계기관 간에 경기 연착륙을 위한 협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란 뜻이다.
이 총재는 조직문화 개선과 내부 경영 혁신을 위해 직원들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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