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이 신나게 뛰는 나라 만들자

2023. 1. 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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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G5 경제강국

계묘년 새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이 무겁다. 주위가 온갖 우울한 소식들이다. 모든 예측기관들이 올해 경제를 어둡게 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고금리 행진은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리스크와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일부 개발도상국의 디폴트 위험은 높아지고 우리나라라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이 내리막길이고 유동성에 압박을 느끼는 기업들이 속출한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다시 재유행의 기미가 보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북한은 실존적 위협이다. 지난해 연 70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전술핵 위협 등 무차별적 군사도발을 자행한 북한이다. 새해 첫날인 어제도 미사일을 쐈다.

이런 초불확실성의 상황을 맞아 매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2023년 새해 슬로건은 역설적이게도 '가자! G5 경제강국'이다. 위험이 닥쳤을 때 겁먹고 움츠러든 국가는 망하고 용기 내 맞서 싸운 국가는 흥했다. 대한민국 건국 75년의 역사가 그러하다. 1945년 이후 독립한 150개에 가까운 제3세계 국가 중 유일한 근대화 성취이자 선진국 진입이다. 우리는 그렇게 세계 문명사에 기록을 남겼다. 그 여정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더 크게 도약해야 한다. 세계 5대 경제강국으로.

그렇게 기록을 남긴, 그리고 앞으로도 새 역사를 쓸 대한민국의 핵심 주역은 다름 아닌 기업이다. 칭찬보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공보다는 과가 부각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온 우리 기업들. 그들은 혁신과 도전을 통해 불모지에서 기술과 산업을 일으켰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도 위협에 짓눌려 위축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신년사에 담은 그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런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면 그건 우리 기업들이다. 1966년 창간 때 '기업육성의 지침'이란 사시를 내건 매일경제는 올 한 해 다시 한번 거친 파도를 헤치고 세계로 나가는 대한민국 기업들을 응원하고자 한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

기업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자칫하면 교도소에 갈지 모른다는 위험이다. 각종 법령에서 기업인에 대한 형벌 조항은 무려 6568개. 경영상의 판단이 배임으로 판정받으면 징역 10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징역 7년까지도 가능하다.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정부에 낸 자료 내용이 틀리기만 해도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근로자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해도 마찬가지다. 고의가 아니라 실수만 해도 전과자가 되는 기업인. 대한민국 사회는 이렇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 심각한 '반(反)기업정서'의 증거다. 미국에서는 배임죄가 아예 없다. 경영자 판단에 폭넓은 재량을 인정한다. 산업재해는 벌금이 원칙이다. 고의 또는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해 경영자 잘못이 분명해야 미국은 6개월 미만, 프랑스와 독일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애매모호한 조항으로 기업인을 교도소에 보내지 않는다. '기업하는 게 죄'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도전정신이 생긴다. 반기업정서 해소는 형벌 제재 축소에서 시작해야 한다.

경제적 자유 핵심은 낮은 세율이다

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는 세금이다. 과도하게 높은 세율은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핵심 요인이다. 돈 벌어 세금 내는 게 애국이고 그래서 많이 벌어 많이 내도록 등 떠밀어주는 게 국가가 할 일인데 기업들은 오히려 착취당한다고 느낀다. 경제단체들이 대통령을 만나면 부탁하는 단골 메뉴가 세금 낮춰달라는 거다. 2018년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3%포인트 인상했다. 그걸 낮춘다고 한 게 지난해 말인데 과세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씩 내린 게 고작이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5개국이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법인세율을 평균 6%포인트 인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속증여세율도 최고수준이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하면 6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의 4배다. 한국은 세금이 무서워 가업을 물려주지 못한다. 세대를 이어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려는 자유를 세금으로 억압한 꼴이다. 그 결과 미국 조세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 경쟁력은 2017년 OECD 회원 38개국 중 17위에서 지난해 26위로 떨어졌다.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는 세금·세제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노조공화국으론 경제강국 없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동운동만큼 퇴행적인 걸 찾기는 힘들다. 윤 대통령이 3대 개혁을 화두로 꺼내면서 가장 먼저 노동을 언급한 건 그만큼 화급을 다투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귀족노조, 노조공화국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념에 물들고, 폭력이 판을 치며 내부적으론 부패가 만연된 조직.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지난해 11월에 16일간 지속된 화물연대 단체행동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는 4조1000억원에 달했다. 2012~2021년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8.5일. 일본 0.2일의 190배를 넘는다. 강성노조의 극단적 쟁의가 초래한 결과다. 노동개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와 이와 연계된 정치권의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다. 더 이상 무법과 탈법을 방치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노동개혁에 달려있다.

기술패권시대에 인재육성만이 살길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산업기술의 발전이었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는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제조업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나 그것은 G5 경제강국으로 가기 위한 준비작업.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우리의 기술패권을 구축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야 하고 그런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우리의 교육현장이 과연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성공적인 모델이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2023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이공계 합격자 중 상당수가 의대를 가려고 등록을 포기한다. 이러니 첨단 산업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와 안보에 핵심이라고 하는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 산업 종사자 수는 17만명 수준인데 2030년에는 3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직업계 고등학교와 대학·대학원을 모두 합쳐도 연간 배출 인력은 5000명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배터리, 바이오 등 다른 첨단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부여해 산업계 수요에 맞는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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