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함께 일출 카운트다운...3년 만의 해맞이 행사

부울경 일출 명소마다 인파
부산 해운대·울산 간절곶 등 북적
설레는 얼굴로 덕담 나누고 기도
코로나 이전 행사 모습 되살아나
최근 잇단 사고에 경찰 대비만전

2023년 계묘년(癸卯年) 첫날인 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3년 만에 열린 해맞이 행사에 4만 명 가까운 시민이 발걸음했다. 해운대를 포함한 부산 울산 경남의 여러 일출 명소 또한 새해를 맞이하러 나온 시민으로 붐볐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된 이날 행사는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했지만, 시민은 여명이 밝기 전부터 해수욕장 주변에 몰려들었다. 일출 카트 다운에 이어 오전 7시32분께 달맞이고개 너머 지평선에서부터 계묘년 첫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백사장을 가득 메운 시민은 일제히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꺼내 붉은 태양의 모습을 담았다. 함께 해를 맞이하러 온 이에게 덕담을 건네거나, 해를 향해 기도하며 새해 소원을 빌기도 했다.

2023년 계묘년 흑토끼의 해를 맞은 1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지평선 너머로 새해 첫 해가 떠오르고 있다. 이원준 기자

이날 해맞이 행사는 기념 공연, 해운대 일출 명소 4곳 현장 생중계, 보이는 라디오, 해맞이 감상 등으로 구성됐다. 특설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송정해수욕장, 청사포, 장산의 일출 장면을 생중계했다. 해맞이 나온 시민 김정현(19) 씨는 “친구들과 함께 찾았다. 새해 기운 덕인지 스무 살의 시작이 무척 설렌다. 국민 모두 즐거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해운대해수욕장에 약 3만7000명, 송정해수욕장에 약 5000명이 새해를 맞이하러 왔다고 추산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데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지자체 경찰 소방 등은 안전 관리에도 힘쓰는 모습이었다. 부산경찰청은 백사장 입구에 혼잡안전관리 차량을 배치해 계단처럼 높은 시설물에서 해를 기다리는 인파를 백사장으로 내려보내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발을 헛디뎌 떨어질 위험이 있는 지점에는 폴리스라인이나 펜스를 치고, 헬기를 띄워 인파 밀집도를 파악하는 등 상황을 관리했다. 해운대구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전문 의료진을 행사장에 상주시키고, 안전관리 요원 300여 명을 행사장 주변에 배치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부산시·해운대구·경찰 등 16개 기관은 지난달 28일 인파가 밀집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상황을 가정한 합동 대응 훈련도 벌였다.

해운대구 외에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남구 오륙도스카이워크 광장·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등에서 새해 일출 행사가 진행됐다. 남구 오륙도스카이워크 인근에서 해맞이를 한 용호동 주민 김모(65) 씨는 “해운대해수욕장 등은 관광객으로 너무 붐빌 것 같아 집 근처 일출명소를 방문했다”며 “지난해 신년 일출과 비교했을 때 바람도 크게 불지 않고 기온도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도 따뜻한 온기가 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 경남 등지 해맞이 명소에도 새해맞이를 위한 인파로 붐볐다. 한반도 육지에서 가장 먼저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서는 새해 떡국 나눔, 공연, 소망지가 담긴 복주머니를 대형 주머니에 담는 퍼포먼스 등이 이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해맞이를 한 임모(울산 북구) 씨는 “남편 아들 딸 모두 건강하고 월급도 좀 올라서 살림살이가 나아졌으면 하는 소원을 빌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남 양산시는 천성산에서 일출행사를 겸한 시민안녕기원제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