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중에 세금 한푼도 안 내" 트럼프 탈세논란 점입가경

美하원, 세금 내역 공개
中은행 계좌 보유도 논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마지막 해인 2020년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는 재임 중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해 해외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중국 등에 은행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오랜 소송 끝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6년(2015~2020년)간 세금 내역을 전격 공개했다. 세금 자료를 자발적으로 밝혔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세금 내역을 비공개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했고, 미국 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내역을 이날 내놓았다.

미국 하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직 기간 4년을 포함해 총 6년 동안 받은 수천만 달러의 총소득에 비해 세금을 거의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그는 취임 첫해인 2017년 소득세 750달러만 납부했고,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그는 2018년과 2019년에는 소득세를 총 110만달러 납부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에 정부에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았지만 외국 정부에 납부한 세금은 1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미국 외에 금융 수입 및 세금, 비용 등을 신고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파나마, 카타르, 인도, 중국, 아랍에미리트, 필리핀, 조지아, 이스라엘,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22개국이다. 또 그는 재임 기간을 포함한 2015~2017년에 중국, 영국, 아일랜드에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5년 대선 캠페인 당시 연봉 40만달러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공약한 것과 달리 2020년에는 기부금을 전혀 신고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조사를 여러 건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세금 자료 공개에 따라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소득 누락과 탈세 논란이 가열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액의 사업 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본인의 세금 자료를 공개한 민주당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세금 자료를 공개하지 말았어야 했고 대법원도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매우 많은 사람에게 끔찍한 일들로 이어질 것이고, 미국의 분열이 이제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속 자산을 계속 현금으로 바꾸면서 자신의 벤처 사업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강계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