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은 신성한 의무"… 새해 첫날부터 우크라 폭격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3. 1. 1.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년 만에 최장 신년 연설
"우리가 도덕적으로 옳다"
샴페인 잔 들며 전쟁 자축
젤렌스키 결사 항전 강조
"테러국, 용서받지 못할 것"
서방 우크라 지원이 변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신년 연설에서 군복 차림의 군인 여러 명을 배경으로 샴페인 잔을 들고 전쟁을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은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새해 첫날인 1일 새벽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발생한 폭발음이 이어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각각 신년사에서 침공 명분과 결사 항전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상대로 무차별 폭격을 가한 직후 공개된 신년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조국을 지키는 일은 선조와 자손에 대한 신성한 의무"라며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속한 영토에서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사는 이들을 보호할 군사작전이라는 기존 방침을 반복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군복 차림의 군인 여러 명을 배경으로 서서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이 정당하다고 강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도네츠크주) 지역의 해방을 내세워왔다. 그는 신년 연설에서 샴페인 잔을 들고 전쟁을 자축하는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9분 분량의 신년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년간 내놓은 새해 연설 가운데 가장 길다. 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를 약화하고 분열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을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의 상대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전체라는 기존 주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 전쟁이 선포됐다며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던 서방 측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고 설파했다.

도네츠크 지역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오는 TV 화면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년사 공개 직전 키이우에서는 이날 적어도 10여 차례 폭발음이 들렸으며 사망자 최소 1명과 부상자 20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 미콜라이우주·자포리자주, 서부 빈니차주·흐멜니츠키주, 중부 지토미르주에서도 공습 피해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도 이날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가 순항 미사일 20여 발을 발사했다"며 "우리 방공망이 키이우 상공에서 6발을 포함해 12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이런 공격을 지시한 자, 수행한 자 모두 용서받을 수 없다"며 "테러 국가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 침공에 맞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새해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우리 모두에게 한 가지 소원을 빌고 싶다. 바로 승리"라며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한 가지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항복하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반격을 택했다"며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토 회복을 다짐했다. 그는 "2023년을 귀환의 해로 삼자. 우리 국민의 귀환. 군인은 가족에게로. 수감자는 집으로. 해외 피란민은 우크라이나로. 우리 땅으로의 귀환"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어에서 러시아어로 바꾼 다음 러시아 국민을 상대로 "여러분의 지도자는 전선 앞에서 지휘하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실제로는 군대 뒤에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푸틴)이 벌이고 있는 이 모든 전쟁은 러시아, 당신의 선전가들이 거짓말하는 것처럼 나토와의 전쟁이 아니다"며 "푸틴이라는 한 개인이 죽는 날까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전체와 전쟁 중이라는 푸틴 대통령 주장에 반박한 셈이다.

양국 정상의 설전에서 알 수 있듯이 평화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버라 잰체타 킹스칼리지런던 전쟁학자는 BBC에 "전쟁의 끝이 안 보인다"며 "아마 2023년 말에도 전쟁은 지금처럼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평화 협상 합의를 도출하려면 한쪽이 핵심 요구를 수정할 필요가 있지만 당장은 그럴 기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전면 철수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영토의 수복을 평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우리는 그러한 조건으로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겠다"며 "우크라이나 정권은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서방의 전폭적 지원이 유지될지도 향후 전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새해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폭적 지원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유럽 각국은 자국 무기고가 비어가고 있는 데다, 높은 에너지 가격 등의 여파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평화 협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덕식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