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문윤성SF문학상][중단편가작] 임민규 작가 "우주의 거대한 서사, 자신을 중심으로 느끼는 경험"
20대 후반에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말을 듣기에 딱 좋은 일이었다.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에서 글을 쓰면서도 항상 부끄럽고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자격증을 비롯한 다양한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문제집 사이에서 혼자 소설을 읽고 쓰고 있으면 남들은 모두 현실을 살고 있는데 나만 아직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늦게까지 꾸고 있으니 여기서 아무런 결과가 없으면 늦잠을 자다 지각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1년 안에 가능성을 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썼다.
도서관 신화는 신을 믿지 않는 시대의 창조 신화다. 인류는 단 한 번도 인간과 생명, 그리고 지구와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멈춰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화는 언제나 잘 팔리는 서사였다. 그러나 21세기가 됐다. 이제 대부분이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신화는 흥미로워한다. 이런 모순은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새로운 형태의 신화가 필요했다. 독자는 인류와 우주의 거대한 서사를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수상 소감
▲요즘 10대와 20대가 굉장히 열심히 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서 조금 멀어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20대 후반이 됐음을 깨달았을 때 선택한 것은 글이었다. 그렇게 1년가량을 새 삶을 살겠다며 열심히 작업했다. 그리고 연말 선물로 가작으로 선정됐음을 연락받았다. 이제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다. 연말에 해돋이를 보러 가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런 빛이라면 매년 보고 싶다.
이렇게 빛을 비춰준 문윤성 SF 문학상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또한, 책도 아니고 그냥 원고였던 도서관 신화를 읽어주고 피드백해줬던 이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도서관에서 내 글을 읽어줬던 그들이 나에겐 작품 속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기회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작품 소개
▲도서관 신화는 신을 믿지 않는 시대의 창조 신화다. 인류는 단 한 번도 인간과 생명, 그리고 지구와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멈춰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화는 언제나 잘 팔리는 서사였다. 그러나 21세기가 됐다. 이제 대부분이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신화는 흥미로워한다. 이런 모순은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새로운 형태의 신화가 필요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의 개인용 AI이다. 어느 날, 이 AI는 전체가 도서관인 행성에 조난된다. 그리고 그곳에 이미 조난되어 있던 다른 AI 둘과 함께 탈출하기 위해 표류하다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탈출에 성공한 셋은 아는 것을 힘으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한다. 역시나 새로운 우주에도 도서관은 또 지어진다. 이 반복되는 역사는 전 우주적 신화다.
나는 이 작품의 작가이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 많은 것을 담았다. 하지만 무엇을 찾아가야 할지는 딱딱하게 정해두고 싶지 않다. 단지, 재미있게 가져가길 바랄 뿐이다.
-집필 계기
▲실제 도서관에서 썼다. 그때, 내가 느꼈던 도서관은 실제 건물보다 넓고 실제 보다 시간이 길게 흘렀다것이다.
비록 6층짜리 건물에 몇 개월 정도 머물렀지만, 도서관 안에는 기원전부터 우주 멸망까지의 이야기가 모든 도시와 지구 바깥까지를 범위로 담겨있었다. 심지어 없는 일까지 상상으로 써낸 책들이 많으니 오히려 더 넓다고 볼 수도 있다.
수많은 책을 빠른 속도로 읽어낼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웃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만큼은 그대로 담고 싶었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으며 나도, 독자도, 바깥세상도, 그 어디에도 예외는 없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전했던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어설프게나마 전해보고 싶다.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문단은 작품에도 인용했다. 그런데 주제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시적 수사가 아니다'라는 표현이다. 시적 수사가 아니라면 텍스트와 서사라는 도구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도전과제를 받은 것처럼 도서관 신화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연결된 모습의 코스모스는 과학의 대중화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알고만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우주의 규모와 속도에 비해 너무 작고 느려서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새로운 텍스트를 통해 체험시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점 초라해져 가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보여주고 싶었다. 물리적 세계에 갇혀있는 독자도 잠시나마 그것을 깰 수 있길 바란다. 도서관 신화는 그런 실험이다. 독자는 인류와 우주의 거대한 서사를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수상 의미
▲20대 후반이나 돼서 무언가 열심히 해보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말을 듣기에 딱 좋은 일이었다.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에서 글을 쓰면서도 항상 부끄럽고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자격증을 비롯한 다양한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문제집 사이에서 혼자 소설을 읽고 쓰고 있으면 남들은 모두 현실을 살고 있는데 나만 아직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늦게까지 꾸고 있으니 여기서 아무런 결과가 없으면 늦잠을 자다 지각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1년 안에 가능성을 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썼다.
그리고 그 1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수상이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1년 전에 처음 시작하면서 썼던 작품을 '그래도 실력이 조금은 늘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수정해보고 낸 작품으로 수상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 가능성을 봤다. 드디어 작가라는 말도 쓸 수 있게 됐다. 이제 다음 1년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증명할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작가나 감독은 항상 바뀐다. 그래서 지금 기준으로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작가는 아이작 아시모프, 테드 창, 그리고 더글러스 애덤스를,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쿠엔틴 타란티노를 말하고 싶다. 대체로, 서사를 다루는 기술 자체가 뛰어난 작가와 감독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현재 지향점이기도 하다.
-향후 계획·목표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많은 문학상과 투고 기회에 참여하여 실제로 책으로 출판되는 작품들을 하나둘씩 늘려가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1년 안에 몇 편이라도 더 출판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문윤성 SF 문학상 의견
▲작품을 인정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작가에게 기회를 선물해주길 바란다. 한국에 몇 안 되는 SF 전문 문학상의 자리를 꾸준히 지켜가길 바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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