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맥빠진 ‘2022 연예대상’, 3사 통합대상의 길은 멀기만 하나[스경X초점]

하경헌 기자 2023. 1. 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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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유재석이 지난달 17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SBS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이 모두 막을 내렸다. 지난 17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런닝맨’으로 대상을 안았으며, 24일 열린 KBS ‘연예대상’에서는 ‘불후의 명곡’으로 신동엽이 대상을 탔다. 마지막으로 29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가 대상을 탔다.

유재석은 SBS에서 연예대상을 시상한 이후 16년 동안 공동수상을 포함해 7번째 대상 수상자가 됐으며, 신동엽은 KBS에서만 3번째 대상을 안았다. 지난 2017년 첫 연예대상을 수상했던 전현무는 MBC에서만 두 번째 대상을 안게 됐다.

이들 수상의 의미를 떨어뜨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대상에 적합했는지는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연예대상의 대상이라 함은 철저하게 프로그램에서의 공헌도를 생각해야 하고, 더 나아가 프로그램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 ‘연예대상’에서 방송인 신동엽이 대상을 수상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BS



유재석의 ‘런닝맨’은 올해 두 번의 브랜드평판 1위를 달성했고, 단일 버라이어티로 최대 회차인 600회를 넘겼다. 하지만 이는 고만고만했던 예능 프로그램 사이의 성적으로 ‘런닝맨’의 시청률은 거의 1년 내내 3~4%에 그쳤다. 심지어 같은 시간 새롭게 방송된 MBC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게 시청률에서 뒤진 적도 있었다.

신동엽의 ‘불후의 명곡’ 역시 방송 11년 차를 맞은 장수 예능이었다. 2022년 연예대상에서는 ‘2022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을 수상했고,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도 수상했다. 그나마 시청률이 7~9% 사이를 오가는 편이라 ‘불후의 명곡’의 수치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중장년층을 제외한 젊은 층(20~49세)에 있어서의 시청률은 1%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제성에 있어서는 가장 나은 것으로 알려진 MBC ‘나 혼자 산다’ 역시 시청률은 금요일 밤의 좋은 시간임에도 10%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결국 지상파 3사의 대상 관련 프로그램들은 침체에 빠진 대한민국 예능에서 그나마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그리고 간편한 시청으로 각광받고 있는 OTT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TV 시청자, 특히 본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이탈은 가속화됐다. 인기 있는 지상파 예능의 경우에도 본방송을 보지 않고 손쉬운 OTT 플랫폼을 다시 보기를 시청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드라마와 달리 예능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플랫폼에 올라선 작품들에게서도 이렇다 할 소식은 나오지 않는다.

방송인 전현무가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대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MBC



OTT 플랫폼이 이럴진대 지상파 TV의 예능 관련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국민 예능’이라는 타이틀은 예전의 영광이 됐고, 코미디 프로그램의 폐지 그리고 리얼리티 예능에 이은 다음 유행을 계발하지 못한 영향으로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TV 앞을 떠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유재석과 신동엽 등 20년 이상 인기를 유지하는 장수 예능인들의 대상 수상 결과로 이어진다. 새로운 얼굴은 기존 얼굴들의 틈바구니에서 더 발견되지 못하고, 이름있는 PD들과 제작자들은 모두 방송사를 벗어나 자체 제작사로 OTT의 IP(지식재산권)를 노리고 있다.

김구라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2019년 SBS 연예대상의 출연한 그는 3사 통합 시상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의 말 이후 3년이 되도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각 방송사가 연말을 이용한 이벤트를 통해 광고를 미리 수주하는 경우도 있고, 잘못하면 수상자가 없을 경우 이후 상을 이용한 치하를 통해 출연자들을 관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방송대상이라는 대체제도 있지만, 연말이 아닌 연중에 개최되 축제로서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데다 시청자 투표보다는 심사위원들의 심사에 의한 결과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갈수록 떨어지는 지상파 예능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 와중에서도 각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방송사들의 사정으로 방송사 연예대상의 젖줄은 갈수록 말라가고 있다. 지금이야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줄 수상자라도 있지만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은퇴라도 한 후에는 어떻게 대상의 명맥을 이어갈지 그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지상파 내부에서도 공동시상식에 대한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선 이상에는 거론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능판 만큼이라도 ‘한국의 에미상’이라고 할만한 새로운 이벤트는 없는 것인가. 3사는 이번 연예대상의 시청률 수치를 다시 보고, 다시 고민해보길 바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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