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1인자 박정천 해임·'처형설' 리영길 임명…문책성인듯(종합)
통일부 "주요 직위 단순교체" vs 안보硏 "전문성 고려한 대폭인사"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가 해임되고 후임에 리영길 국방상이 전격 임명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엿새간 진행된 당 전원회의(12.26∼31)에서 논의한 '조직문제'(인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박정천 동지를 소환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고 전했다.
리영길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외에도 당 비서로 선출됐지만, 박정천의 보직 중 하나였던 노동당 상무위원에는 오르지 못했다.
박정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최고지도자의 막강한 신임을 받으며 군사부문을 총괄한 인물로, 잠시 좌천되기도 했지만 2019년 대장, 2020년 차수에 이어 원수로 초고속 승진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원회의에서 박정천이 전격 해임되고, 군 수뇌부도 지난해 6월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대부분 교체된 점으로 미뤄 질책성 성격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박정천은 노동당 영도체제의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도 해임된 정황이 포착된다.
이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신년경축대공연 사진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조용원·김덕훈·리병철 등 상무위원 5인이 모두 관람석에 함께했다. 박정천만 쏙 빠졌다.
또 전원회의에서 '조직문제'에 대한 의결이 끝난 후 주석단 1열의 박정천이 앉았던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신임 리영길 당중앙 군사위 부위원장은 2016년 한때 남쪽에서 '처형설'이 돌았을 정도로 부침을 겪었으나 최근 군 총참모장, 국방상, 작전총국장 등 주요 보직을 오가며 승승장구 중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교체된 박정천이 주로 포병에서 경력을 쌓은 데 비해 리영길은 군단장 등을 역임한 야전·작전통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 전략·전술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기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외에도 노동당과 군의 주요 보직을 대거 물갈이했다.
군 총참모장에는 박수일 사회안전상, 국방상에는 강순남 당 민방위부장, 사회안전상에는 리태섭 총참모장이 임명됐다.
군단장 출신인 박수일은 사회안전상 임명 6개월 만에 군 총참모장으로 승진하면서 정치국 위원 자리도 꿰찼다. 리태섭은 총참모장에 임명된지 6개월 만에 다시 사회안전상으로 복귀했다.
강순남이 국방상에 임명됨에 따라 후임에는 오일정 당 군정지도부장이 임명됐다.
신임 강 국방상은 군단장 출신으로 인민무력성 부상을 지냈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주창일 당 선전선동부장, 리히용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수길 신임 평양시당 책임비서, 강순남 신임 국방상, 김상건 당 규율조사부장 겸 당중앙 검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보선됐다.
통일부는 새 정치국 후보위원 진입에 대해 "당적 통제와 선전선동 강화 기조 아래 해당 전문부서의 위상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김수길은 앞서 군 총정치국장, 평양시당 책임비서, 강원도당 책임비서를 거쳐 이번에 평양시 최고 책임자로 복귀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김수길이 군 총정치국장 시절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김수길과 유진 전 당 군수공업부장 등을 대북 제재 명단에 올렸다.
유진도 지난해 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당 군수공업부장에서 해임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이번에 당중앙위 위원에 보선돼 군수 관련 주요 보직을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진을 포함해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을 지낸 방두섭 등 총 13명이 당중앙위 위원으로 직접 보선됐고, 26명이 당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박태덕 당 규율조사부장 겸 당중앙 검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표적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로 임명됐는데, 그는 과거 농업담당 당비서로 일한 바 있다.
김용수는 당 재정경리부장,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던 리혜정은 당역사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됐다.
또 2021년 2월 당 경제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구태의연한 경제계획 수립으로 공개 비판받고 해임됐던 김두일은 1년여 만에 내각 정치국 국장 및 당위원회 책임비서로 승진한데 이어 이번에는 당중앙위 위원으로 선출되며 다른 보직으로 승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 김철하는 내각 화학공업상, 김창석은 경공업상, 조석철은 품질감독위원장, 리영식은 내각 정치국 국장 겸 당위원회 책임비서로 임명됐다.
북한이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 해임 인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아 김영철 전 당 통일전선부장이 정치국 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의 이번 인사를 두고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해석은 엇갈렸다.
통일부는 "새로운 전문 인사 등용 없이 인민생활 분야의 성과 부진을 반영해 주요 직위자를 단순 교체했다"며 "성과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전문성을 고려한 대규모 인사"라며 "김수길이 강원도당 책임비서를, 박태덕이 황해북도당 책임비서를 맡았던 경험이 있으므로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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