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최민식, 30대 완벽 변신 비결은 … 영상 AI의 힘
AI 신기술로 특수장비 촬영없이
표정과 음성 30대로 환골탈태
"연구중 기술을 과감하게 적용…
더빙등 K콘텐츠 활용 무궁무진"
1962년생 61세 배우 최민식이 30대 연기에 도전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필리핀의 한인 카지노 대부 차무식의 일대기를 그린 16부작.탁아소에 맡겨졌던 어린 시절부터 학생과 청년 시절을 거쳐 현재를 아우른다. 20대까지는 아역 배우 등이 연기했는데, 30대 이상은 최민식이 소화했다.
피부 관리와 티 안 나는 시술을 거친 동안 외모가 비결이냐고? 천만에 말씀. 대배우 최민식의 주름은 시간 흐름 그대로 여전히 깊다. 그 대신 그의 시간을 30년 가까이 되돌린 것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페이스·음성 디에이징' 기술이다. 몇 분짜리 장면을 보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회 차 분량에서 나이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2019년 70대 배우 로버트 드니로 등의 20대 모습을 구현한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보다 제작 비용은 낮아졌고, 구현 수준도 진일보했다. 도대체 어디에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눈치채기조차 어려웠다고 따져 묻는다면, 그건 3개월 넘게 후반 작업에 매달린 이들에겐 더없는 극찬이다. 시각특수효과(VFX)를 맡은 씨제스걸리버스튜디오와 AI 음성 합성을 담당한 수퍼톤 책임자들에게 '최초' 시도를 이어간 작업 뒷이야기를 들었다.
'카지노'에 국내 기술로 새로운 페이스 디에이징을 시도한 건 씨제스걸리버스튜디오 VFX팀이다. 이 스튜디오는 앞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 특수시각효과상을 거머쥔 데 이어 이번엔 연구 단계에 있던 디에이징 기술을 과감히 실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을 총괄한 이주원 본부장은 "전 세계에서 우리 기술 수준이 완전한 선두는 아니지만 과감하게 AI 디에이징을 작품에 실용화한 건 의미 있는 첫 단계"라고 밝혔다.
이번 디에이징은 촬영 현장에 특수장비는 하나도 쓰이지 않고 AI를 활용한 후반 작업으로 구현됐다. 60대 최민식 얼굴 위에 AI가 학습한 30대 최민식 얼굴을 합성하는 식이다.
물론 이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여기에 '예술의 영역'인 연기까지 표현하는 건 더 큰 숙제였다. "얼굴을 젊게 만들기 위해 주름을 없앨수록 연기의 디테일이 없어지더라"는 것이다. 배우가 입꼬리를 살짝 떨거나 눈의 힘을 조절하는 등 미세한 근육을 움직여 표현한 감정 변화를 살리기엔 AI만으론 부족했다. 이에 VFX팀은 AI 공정을 거친 영상 위에 다시 이마·눈·코·턱 등 얼굴 윤곽을 나눠 보정 정도를 일일이 수정했다.
"특히 중견 배우는 얼굴 주름 하나도 연기 도구로 진화시켜온 것이더군요. 또 비슷한 시기의 한 인물이더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낯빛이 어둡고 주름이 더 질 수도 있죠. 디에이징 작업은 배우가 표현하려는 감정에 맞춰 따라가야 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시나리오 준비 단계부터 테스트 촬영, 현장 촬영, 후반 작업까지 모든 기간 강윤성 감독과 제작진·배우와 소통하며 화면에 구현될 '젊은 최민식'의 얼굴을 만들었다. AI 작업뿐 아니라 분장, 조명, 편집 등 많은 팀이 함께했다.
물론 어떤 작품에선 과도한 설정과 효과가 시청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기도 한다. 짧은 제작 기간, 한정적인 제작비 등 현실 자체가 큰 장벽이다. 이 본부장은 "시청자의 평가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카지노'에서도 완벽한 30대를 구현한 건 아니지만 배우의 예전 모습과 현재 연기 사이의 접점을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배역의 얼굴이 젊어진 것으론 충분치 않다. 음성 합성·분리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수퍼톤은 60대 최민식의 목소리도 30대로 구현했다. 앞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고(故) 김광석, 임윤택 등 레전드 가수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았는데, 노래를 뛰어넘어 연기하는 목소리까지 AI로 만든 것이다.
이승복 수퍼톤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앞선 영화 '아이리시맨'이 디에이징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얼굴만 젊어지고 목소리는 그대로라 오디오 업계에선 풀지 못하는 숙제 같은 영역이었다"며 "기술 연구를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서 성과를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서 동시 녹음된 배우의 목소리를 가우디오랩에서 최대한 잡음 없이 깨끗하게 가공해주면, 수퍼톤은 자체 기술인 '에이지 슬라이더' '보이스 진' 등을 활용해 '30대 차무식'의 목소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최민식이 30대 시절 남긴 음성은 많지만 막상 캐릭터마다 연기는 다 달랐어요. '서울의 달'(1994) '넘버3'(1997) '파이란'(2001) '올드보이'(2003) '범죄와의 전쟁'(2012) 등을 다양하게 참고해 가장 차무식에게 적합한 목소리 뉘앙스를 찾았습니다."
수퍼톤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에도 쓰일 수 있는 극사실주의 AI 음성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우리나라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한 영상 위에 입히는 외국어 더빙을 AI가 대신할 수 있는 정도까지 기술 수준이 올라왔다. 배우의 고유한 음색을 그대로 살려 언어 제약 없이 더빙할 수 있다. "원본 목소리 없이도 얼마든지 성별·국적·인종마다 새로운 캐릭터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요. 다만 시청자 거부감은 없을지 계속 고민해야 하죠. AI 기술이 어디까지 상용화될지 기대됩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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