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 기지 빛나는 '토끼'처럼 … 계묘년, 우리가 뛴다
반도체 투톱 경계현·박정호
최재원·김남구·이정애…
재계 곳곳에 '토끼띠' 포진
63년생 CEO 활약 특히 돋보여
2023년 계묘년(癸卯年) 토끼띠 인사들의 도약이 기대된다. 1939년생부터 1999년생까지 이들은 정치, 산업, 금융, 문화예술,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암울하지만, 꾀가 많은 영물 토끼의 기운을 품은 이들이 민첩하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바란다. 예로부터 토끼띠 인물은 선량하고 지혜로우며 명예운이 좋고, 민첩하나 신중하기도 하며 충성스럽다는 평판을 받아왔다.
재계에서 토끼띠 큰 어른으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39년생)이 꼽힌다. 손 회장은 새해에도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 선진화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합리화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갑인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도 장학재단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토끼처럼 정력적으로 뛰는 최고경영자(CEO)는 1963년생이 특히 많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이 대표 주자다. 2021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에 오른 그는 신년엔 '반도체 혹한기' 극복을 위해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동갑내기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약진하는 국내 '빅3' 기업 중 2곳도 1963년생이 사령탑이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총수 일가로 직접 배터리 기업 경영에 나섰다. 포드와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주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며 글로벌 경영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최근 방한한 BMW 경영진을 만나며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최근 승진한 차동석 LG화학 신임 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963년생이다. 'LG맨'이자 재무통인 그는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에서 일반청약 증거금 11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공모액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63년생)은 서성환 태평양화학 창업주에게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그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장품 한류를 이끈 CEO로 평가받는다.
1951년생에는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있다.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삼남인 구본준 회장은 LG디스플레이를 세계 2대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키워낸 주역이다. 권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다.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 사원으로 입사해 41년 만에 회장직까지 올랐다.
유통업계에서는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CEO가 주목된다. 1963년생 이정애 대표는 LG그룹 최초의 여성 사장이다.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끈 차석용 전 부회장 뒤를 이어 대표가 됐다. 신입 공채 출신으로 럭셔리 화장품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공신이다.
1975년생 안정은 대표는 11번가 최초로 여성 CEO에 임명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야후코리아, 네이버, 쿠팡, LF를 거쳐 11번가에 합류해 핵심 사업과 신규 서비스를 키운 주역으로 맹활약이 기대된다.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를 맡은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63년생)과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75년생), 박정진 진주햄 사장(75년생)도 있다.
증권가도 1963년생이 주름잡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을 필두로 현직 사장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등 7명에 달한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구 회장은 한국금융지주를 투자금융그룹으로 키웠다. 자기자본과 자산 규모는 2009년 말 각각 1조8880억원, 13조4579억원에서 2022년(3분기 말 기준) 7조9384억원, 91조8498억원으로 급증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전문경영인보다 더 전문경영인다운 오너 CEO로 꼽힌다. 20년째 채용설명회에 직접 참여해 인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정영채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005년 NH투자증권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겨 투자은행(IB)사업부 임원을 거쳐 2018년 NH투자증권 대표가 됐다. 자타 공인 최고의 IB 전문가인 그는 꾸준한 실적 덕분에 지난해 3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2018년부터 삼성증권을 이끄는 '삼성맨' 장석훈 대표도 2021년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안정적 조직관리로 유임에 성공했다.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2019년부터 함께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박 사장은 KB국민은행 사상 두 번째 여성 부행장, 증권업계 첫 여성 CEO 기록을 세웠고, 국내 IB업계 1세대인 김 사장은 대신증권에서 출발해 KB투자증권에서 기업금융 실력자로 명성을 떨쳤다. 2020년부터 대신증권 수장인 오익근 사장은 대체투자에 집중해 부동산 전문 금융그룹으로 키웠다.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도 자산운용, 법인사업, IB 등 전 부문을 두루 거쳐 2020년 사장에 올랐다.
금융계에서도 1963년생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이승열 하나은행 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윤재인 DB저축은행 대표가 활약 중이다.
테크업계에서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87년생)가 있다. 동갑내기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도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으로 회사를 키워냈다.
올해 문화계에서는 1963년생 박찬욱 감독이 기대주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작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오스카상까지 수상할 경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이어 3년 만에 칸과 오스카를 동시 석권한다. 고두심(51년생), 이선균(75년생), 라미란(75년생), 김소현(99년생), 김유정(99년생)도 연기력이 검증된 토끼띠 배우다.
1999년생 아이돌에는 프로듀스101 출신 가수 겸 배우 박지훈, 트와이스 채영, NCT 마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이 있다. 1987년생 힙합가수 박재범은 '원소주'를 출시한 주류회사와 음악레이블 CEO로 올해도 맹활약이 기대된다.
스포츠계에는 선수생활 말년을 빛내려는 1987년생 스타들이 눈길을 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몸 만들기에 한창이고,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양의지는 4+2년 총액 152억원을 받고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돌아가 새 시즌을 기다린다.
[최승진 기자 / 김명환 기자 / 신혜림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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