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어둑해도 기업은 질주한다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운 걸 알기에
최악 복합위기 직면한 기업들
미래 신사업서 성장동력 모색
2023년 계묘년 한 해는 그 어느 해 못지않게 재계엔 '얼음'처럼 시작한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완만한 회복세가 기대됐던 지난해는 공급망 위기가 불거지며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고 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재계는 올해도 신사업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야만 일자리가 나오고 성장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단 초반 전망치는 좋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월 BSI 전망치는 88.5를 기록했다. BSI는 전월(12월·85.4) 대비로는 3.1포인트 반등했지만 2022년 4월(99.1)부터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2022년 12월 BSI 실적치는 85.7을 기록해 2월(91.5)부터 11개월 연속 부정 전망을 보이며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우리 기업은 세계 경제 둔화가 본격화하며 수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 경기마저 얼어붙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정부는 세 부담 완화, 자금시장 안정으로 기업의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도 암울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1.8로 네 분기 연속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며 수출 기업의 체감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가파른 물가 상승과 이에 대응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빠르게 위축된 탓이다. 기업들은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가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수익성 확보와 경영전략 수립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해상운임이 안정되며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상승 애로는 감소하고 있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교역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기업의 삼중고를 감안해 수출 금융 지원과 환율 변동 방어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기업의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계속 찾아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반도체, 신성장 정보기술(IT) 등(AI와 차세대통신)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국내 360조원·관계사 합산 기준)을 투자한다고 지난해 5월 발표했다. 특히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선도해온 메모리 기술에서 초격차 위상을 강화한다.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D램 양산을 발표하며 앞선 기술력을 확인했다. 또 14나노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활용하는 레이어를 5개로 확대해 멀티 레이어 공정을 최초로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며,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를 여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출시하는 전기차·내연기관차 등 모든 차량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추가한다. 이를 통해 '카인포테인먼트'(자동차에서 음악·동영상·게임 등을 무선으로 즐기는 것)와 성능 개선 등 소프트웨어 영역은 늘 최신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또 현대차그룹은 운전자 취향에 따라 기능·성능을 넣고 뺄 수 있는 맞춤형 소프트웨어도 제작한다. 차량을 인도받은 이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올해 일부 차종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SK는 2023년 엄중한 경영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팬데믹 충격,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전략적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을 고려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해 대응한다는 것이다.
SK는 계열사 전체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경영시스템 2.0' 구축,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경영시스템 2.0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재무 성과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유무형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혁신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개념이다.
LG는 올해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한다. 동시에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 대비해 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점검도 강화한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은 경쟁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전략·육성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이기는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4대 전략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고도화, 고객 중심 사업 운영체계 구축, 미래 준비 역량 강화, 장기적 관점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워룸' 운영을 제시했다. LG전자는 이러한 전략 아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전장부품(VS), AI, 로봇 등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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