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대상' 면면을 보면 지상파 3사 드라마의 이것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 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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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SBS가 선전했지만 지상파 3사 드라마가 마주한 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방송가의 단연 화제는 2022년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 결과들이다. 누가 대상을 받았고 누가 못 받았으며, 또 '공동대상'이나 나눠 주기식 시상에 대한 쓴 소리들은 매년 달라진 게 별로 없다.

12월 31일 개최된 <SBS 연기대상>과 <MBC 연기대상>은 특히 누구에게 대상을 안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결과를 보여줬다. <SBS 연기대상>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김남길과 <천원짜리 변호사>의 남궁민을 두고 고민했던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는 김남길이 대상을 받고, 남궁민은 '디렉터즈 어워드'라는 신설된 상을 수상했다. 사실상 두 사람을 모두 배려하는 시상을 한 것.

또 다른 방식의 '나눠 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김남길과 남궁민의 수상은 그래도 올해 지상파3사 중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인기작들을 내놓은 SBS 드라마가 지향하는 작품성과 대중성 그 두 방향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최고 시청률이 8.3%로 <천원짜리 변호사>의 최고시청률 15.2%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지만, 완성도로만 보면 월등한 작품이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쥐락펴락하는 연기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지리멸렬한 전개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12부작으로 줄어든 축소 방송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작품성에서는 다소 흠결이 남았지만 분명한 건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저력이었다. 그래서 대상은 아니라도 굳이 디렉터즈 어워드라는 상을 부여한 것으로 읽힌다.

<KBS 연기대상> 역시 <태종 이방원>의 주상욱과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에 공동수상을 선택했다. 대상 선정에 있어 고민이 많았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건 SBS의 고민과는 사뭇 다르다. SBS가 작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과 <천원짜리 변호사>는 물론이고 <어게인 마이 라이프>, <왜 오수재인가>, <사내맞선>, <소방서 옆 경찰서> 등 다양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고민을 보여줬다면, KBS는 상대적으로 큰 화제작을 찾기가 어려운 점이 고민이 됐을 거라고 여겨진다.

<커튼콜>이나 <붉은 단심> 같은 작품들이 기대작이긴 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보긴 어려웠고, 가장 KBS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은 동물학대 논란으로 성과가 퇴색됐다. <법대로 사랑하라>는 괜찮은 작품이긴 했지만 대상을 받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늘 KBS <연기대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KBS 주말극이 생각만큼 화제가 되지 않은 점도 눈에 띤다. 그래서 공동수상으로 주상욱과 이승기가 받은 부분은 작년 KBS드라마의 부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대하사극과 주말드라마 모두 힘을 잃고 있고, 그렇다고 미니시리즈들 중 큰 성취를 거둔 작품도 잘 보이지 않아서다.

<MBC 연기대상>도 KBS의 사정과 크게 다르진 않다. 대상으로 <빅마우스>의 이종석이 받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최고 시청률 13.7%를 기록하며 화제성도 높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마우스> 이외에 <금수저>, <금혼령> 정도가 상을 대부분 가져간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 <닥터 로이어>나 <트레이서> 같은 작품이 분명 괜찮은 성취를 보였던 면이 있어서다. 전체적으로 편수가 줄어들어 시상 작품도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지난 몇 년 간 존재감을 잃어가던 MBC 드라마가 작년을 기점으로 조금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사실을 <빅마우스> 같은 작품 수상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

사실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은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힘이 빠진 모양새다. 워낙 OTT나 케이블, 종편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어, 과거 지상파로 쏠려 있던 드라마들이 이제 많이 분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SBS는 완성도와 대중성의 두 바퀴로 선전했고, MBC도 조금은 기지개를 켜려는 모습을 보였다. KBS는 부진 속에서 이제 공영방송으로서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에 놓이게 됐다.

올해는 과연 어떨까. 다채널화된 환경에서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 속에서 지상파 3사는 올해 저마다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제 방송사가 아닌 스튜디오 체제로 변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SBS가 그나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역시 스튜디오S 같은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과연 지상파 3사는 이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까. <연기대상>이 갈수록 방송사들의 자화자찬 시상식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치열하게 변화된 환경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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