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완화 기대감 '솔솔'…"코스피 1분기가 변곡점"
美물가 4%대 진입이 관건
금리인상 피로 1분기 지속
中경기 2분기부터 회복세
2차전지·반도체·바이오株
공급망 재편 수혜주 예상
지난해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낸 투자자들이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업들의 감익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급격한 상승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아서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깜깜한 위기 시에도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주가 반등도 시작될 수 있다"며 "2차전지와 반도체 등 대표 수출 업종을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식시장의 올해 증시 전망은 주식 시장이 1분기 바닥을 친 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완화되는 2~3분기에 본격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곡점을 3~4월로 전망하는 이유는 소비자 물가가 최종 기준금리 추정치인 5~5.25%보다 낮아지기 전까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중단하기 어렵다고 예상하는데, 그 시점을 4월가량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핵심 소비자 물가가 4%대로 진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분기는 누적된 금리 인상의 여파가 경기 하강 압력을 키우면서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부터는 선진국 경기 반등이 이뤄지고 중국의 리오프닝을 중심으로 신흥국 증시가 살아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이익 훼손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문제는 미국 S&P500과 다르게 국내는 기업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이라며 "지수 하단은 과거 금융위기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75~0.78배, 상단은 저점 대비 25% 반등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철수 센터장도 "경기가 꺾이고 실적도 상반기까지는 예상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2022년은 비용 증가가 문제였지만, 2023년은 매출 자체가 둔해지는 국면"이라고 짚었다.
'선(先) 채권, 후(後) 주식' 순서로 가격이 회복된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질 금리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채권이 먼저 회복되고, 경기 하강에 따른 기업 실적 하향 조정이 마무리된 후 주식이 회복될 것"이라고 짚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레벨이 여전히 높은 연초에는 인컴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후 금리가 하락하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더욱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상승이 기대되는 성장주를 매집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4분기라고 보면 2~3분기부터 주식의 추세적 상승이 가능하다"며 "연말로 갈수록 금융 장세로 돌아서면서 성장주의 수익률이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바이오테크 업체들은 현재 할인율 부담이 큰 만큼 금리 인상 종료 후 투자할 만하다"며 "미국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 확대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적에 따라 주가 흐름이 차별되는 장세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가 정책에 따른 수혜를 받는 업종과 기업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면서 대표적인 비(非)달러 자산인 신흥국 증시, 특히 미국 공급망에 포함된 2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위탁생산 등 제조업체들이 유망하다"고 밝혔다. 서철수 센터장은 "경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실적이 성장하려면 정책의 도움이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수혜가 필요하다"며 "2차 전지와 태양광을 필두로 한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오태동 센터장은 "한국 에너지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령 확정 이후 신재생에너지 분야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봉쇄 정책에서 전환한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윤석모 센터장은 "중국의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기점으로 중국을 포함한 신흥 증시 경기 모멘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수 센터장도 "내수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더라도 중국 소비재인 화장품, 여행 업종 등은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황승택 센터장은 "중국 리오프닝 본격화 시 수요 촉발이 예상되는 구리 등 원자재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업종인 반도체에 대해선 매수 의견이 제시된다. 오태동 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주기는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개선이 예상된다"며 "주가는 업황에 6개월가량 선행하기 때문에 반도체 업종을 매수하기에 지금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강인선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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