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난기류' 만난 韓경제 … 토끼처럼 민첩하게 도약하라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3. 1. 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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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올 성장률 1%대 전망, 수출·투자 뒷걸음
소비마저 위축 그림자…위기극복 돌파구 모색의 해
다양한 도전과 위기가 파도처럼 몰아쳤던 2022년을 뒤로하고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이 밝았다. 지난달 26일 김포국제공항에서 한국 경제의 '비상(飛上)' 염원을 담은 비행기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날아오르고 있다. <박형기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시작됐다. 계묘년은 지혜롭고 꾀가 뛰어난 '검은 토끼'의 해다. 올해는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전 세계를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경제가 검은 토끼처럼 다가오는 위기를 지혜롭게 피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대 저성장 쇼크

전문기관들이 전망하는 올해 국내 경제의 키워드는 '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반년 전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연구기관과 달리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통상 낙관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2% 미만으로 내려온 것은 그만큼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도 올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봤다. 지난 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이 밖에 한국개발연구원(1.8%), 경제협력개발기구(1.8%),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1.9%), 한국경제연구원(1.9%) 등 대내외 기관들 예상도 대동소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시작된 긴축 기조가 전 세계로 퍼지며 시중 자금이 마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위기가 전 세계 공급망을 위협하는 등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로 세계 경기와 밀접하게 동조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지난해 10~ 11월 각각 전년 동월보다 5.7%, 14% 줄어들었다.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역시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며 교역이 줄고,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산업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는 2020년(-5.5%) 이후 3년 만이다.

소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내수를 이끌었던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소비가 늘어나는 것)'가 잦아들고 고물가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로 소비는 내년 2.5%만 증가해 올해(4.6%)보다 증가폭이 둔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과 고용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도 소비심리 악화의 배경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기업의 투자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2.8%, 0.4% 감소한다고 봤다.

◆ 美는 침체, 中은 성장 둔화, 유럽은 역성장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고물가 지속, 각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주요 경제권역의 부진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1970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총 다섯 차례다. 2000년 이후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3.5%)이다. IMF는 지난해 10월 올해 성장률을 2.7%로 예상했는데 이달 나올 수정 전망에서 하향 조정이 유력해 보인다.

대표적 경제전망 신호인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도 세계경제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1978년 이후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경우는 다섯 번이었는데 모두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지난달 7일 장단기 국채 금리 차는 0.84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주요국 상황도 어렵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효과가 줄어들고 연준의 긴축정책에 따른 누적된 충격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며 내수를 중심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크게 밑돌아 0.3%에 그칠 것으로예상했다. OECD는 0.5%, IMF는 1% 성장을 전망했고 미국 연준도 0.5%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유로존은 -0.2%를 기록하며 역성장이 예상된다.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른 생산 차질이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의 성장세도 각각 4.5%, 1.3%로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정책을 풀면서 코로나19 확산이 경기 부진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1년 기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5%에 달한다.

미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글로벌 교역 증가세는 더욱 둔해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각국 수입가격이 오르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된다. 이에 달러화 1% 절상 시 세계 수입 물량은 1년간 0.6%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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