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신년사 “타협은 쉽고 편한 길” 3대 개혁 강조…협치·대북 메시지는 빠져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라며 개혁 추진을 ‘기득권 타파’와 연결했다. 통합과 협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계묘년 첫 날인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을 3대 개혁 추진의 원년으로 삼아 취임 2년차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개혁 우선순위를 노동에 두고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면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 관계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으로는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에는 대기업 노조를 ‘기득권’으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이 녹아있다. 윤 대통령이 기업을 향해 ‘타협 시 불이익’을 언급한 점은 노사 협상 과정에서 사용자 측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화물연대 등의 쟁의 과정에서 노조 불법행위 엄단을 강조하며 “임기 내 타협은 없다”고 했고, 이후 노조를 부패 세력으로 규정했다. 노동 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사·정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 곳곳에서 ‘기득권’을 언급한 점도 강경 드라이브를 예고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 말미에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며 개혁 과정에서 ‘타협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 개혁을 두고는 “고등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 재정의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어렵다”면서 “연금재정에 관한 과학적 조사·연구, 국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3대 개혁과 함께 경제 위기 극복이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 초반을 경제 문제에 할애하며 수출을 돌파구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크다”면서 “복합의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전략으로는 자유·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는 지금의 외교적 현실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통합과 협치, 대국회 메시지는 신년사에서 빠졌다. 2500여자 분량의 신년사에서 ‘경제’가 11회, ‘미래’ 10회, ‘개혁’이 8회 등장하는 동안 협치·대화·통합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타협’이 두 차례 나왔지만 각각 기득권·노조와 타협은 없다는 맥락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은 다수의 입법 과제를 안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라는 점에 비춰보면 야당과의 협치 없이 ‘개혁 추진 원년’에 실질적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다. 새해에도 개혁 당위성을 강조하며 강경 노선을 걷는 윤 대통령과 개혁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이 충돌하는 ‘대결정치’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도발이 가속화하고 있는 데 비춰 이례적으로 대북 관련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승겸 합동참모본부의장과 통화하며 “우리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신년사 발표는 대통령실 참모들만 배석한 채 이뤄졌다. 대통령이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신년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는다. 취임 첫해 신년 회견이 열리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대신 윤 대통령은 보수 언론과 개별 신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새해 첫 공개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방명록에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김대기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함께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들과 떡국 조찬을 함께 하면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며 “위대한 국민과 최고의 기업, 유능한 관료들을 믿고 우리가 방향을 잘 잡으면 대한민국은 반드시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전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