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계묘년, 버려진 검은 토끼 '콩쥐'가 가족 찾아요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띠 해입니다.
국내 토종 토끼는 회색, 갈색 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흰색 토끼는 20세기 전반에 수입된 외래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흰색 토끼 더욱이 검은 토끼는 수가 많지 않은 편이라 조상들은 신기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토끼는 1,000년을 사는데 500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라는 기록을 남겨 흰 토끼에 장수의 의미를 불어 넣었다고 하는데요. 검은색이 동양에서 지혜를 뜻한다고 하지만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검은 토끼가 큰 의미나 상징성을 띠진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토끼는 다산·안정·평화를 뜻한다고 하죠.
토끼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로 반려동물로 자리 잡았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토끼도 늘고 있습니다. 새해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의 첫 주인공은 검은색 털을 지닌 콩쥐(1세∙수컷)입니다.
토끼보호단체 토끼보호연대(토보연)에 따르면 콩쥐는 지난해 5월 경남 진해시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된 아기 토끼였습니다. 발견 당시부터 귀 양쪽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사람 손을 피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토끼 사연을 알게 된 토보연 활동가가 진해시 보호소에 연락해 보호소에 들어왔지만 보호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보호소는 토끼를 다시 숲에 방사하려 했고, 결국 토보연에 구조됐습니다. 활동가들은 귀가 잘린 작은 토끼에게 콩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활동가들은 귀가 절반 넘게 없어 학대를 의심했지만 사람을 따르는 것으로 보아 학대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승희 토보연 활동가는 "엄마 토끼가 젖이 모자라거나 다 키우지 못하는 경우 양육을 포기한 개체의 귀를 잘라서 표시를 하곤 한다"며 "콩쥐 역시 엄마가 귀를 물어 잘라 놓았지만 살아 남은 경우로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그렇다면 콩쥐는 어떻게 학교 운동장에서 발견됐을까요. 가정 출산을 했는데 귀가 잘린 외모 때문에 버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원인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콩쥐는 사람으로 치면 귓바퀴가 없는 셈이라 청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고 합니다. 또 임시 보호자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을 혀로 핥아주는 최고의 애정 표현인 '래빗 키스'(Rabbit Kiss)를 할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기차로 이동하거나 병원에 갈 때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는 대담함도 있다고 해요.
최승희 활동가는 "덩치가 작다고 생명의 가치도 낮은 게 아니다"라며 "작다고 귀엽다고 입양하지 말고 입양 시 준비가 되어있는지 꼼꼼히 검토한 후 입양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입양 문의: 토끼보호연대
위 사이트가 클릭이 안 되면 아래 URL을 주소창에 넣으시면 됩니다.
https://cafe.naver.com/pultodong/40
토끼 입양 시 주의점
* 생명을 돌볼 수 있는 경제적 소득이 있어야 합니다.
* 가족이나 본인에게 토끼 털 또는 건초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입양 전 알레르기 여부 확인을 해야 합니다.
* 사람과 같은 실내 공간에서 지내도록 해 주세요. (베란다, 옥상, 마당, 케이지, 뜬장 등 절대 불가, 최소 1.8mx1.5m 정도의 공간을 확보)
* 토끼의 특성에 맞는 먹이, 환경, 진료 등을 제공해 주세요.
(먹이는 6개월 미만은 알팔파 건초, 6개월 이상은 티모시 건초 + 물을 24시간 항시 급여, 진료는 토끼를 볼 줄 아는 전문 병원으로 가야함)
* 입양된 토끼는 반려동물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습니다. (체험학습, 전시, 영리 추구, 가축 등 절대 불가)
* 토끼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해 토끼 전문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필수로 해주어야 합니다.
* 토끼는 독립적이고 예민하며 소리에 민감하고 방어적 공격성을 가지고 있어 어린 아이와 키우기 적합하지 않습니다.
* 토끼는 짖지 않는 강아지가 아닙니다. 영역 동물이므로 산책은 지양해주세요. 외출 시에는 반드시 전용 이동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 토끼는 반려인의 꾸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한 동물입니다. 한 순간의 귀여움에 혹하는 마음이 아닌, 한 생명을 들이는 무거운 책임임을 먼저 생각해 주세요.
자료: 토끼보호연대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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