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플랫폼 시장 독식에 맞서는 지자체 ‘성공 신화’
대전 공용자전거 타슈는 이용객 10배 급증
6만6000여명 해남군 ‘해남미소’ 156억 매출
택시호출, 자전거, 온라인쇼핑 등 플랫폼 시장에 지자체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대기업과 맞대결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지자체의 공공경제 정책이 대기업의 플랫폼 시장 독식에 따른 폐해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의 택시는 지역화폐 ‘동백전’과 연계한 ‘동백택시’로 바뀌고 있다. 부산시는 2021년 12월 1일 ‘호출 중계 수수료 인상’, ‘호출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독식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해 동백택시를 도입했다.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에게 수수료 없는 택시 호출 공공앱이다.
50여일만에 부산 택시의 75%가 가입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사업 초기에는 잦은 시스템 오류로 시민 가입자는 늘지 않았다. 택시기사 앱의 경로 알고리즘 변경, 승객(호출자) 위치 표기 고도화, 호출 시간 단축, 출발지 위치 정확도 향상 등 꾸준히 시스템을 개선하자 가입자가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상품권·쿠폰 증정, 할인행사, 퀴즈 등 다양한 특별행사를 열면서 고객을 늘려나갔다. 매달 최고 택시기사상을 수여하면서 택시 가입률도 높였다.
2022년 11월 말까지 가입한 택시는 2만1537대로 전체 택시(2만3837대)의 90.4%에 달한다. 동백택시에 가입한 시민은 50만명을 넘었다. 하루 호출 건수는 1만건 정도다. 택시호출 서비스의 최강자인 카카오T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부산시는 평가하고 있다.
시민들은 “동백전의 적립금 환급(캐시백) 혜택이 있어 요금 절감 효과가 있고, 택시 가입률도 높아 호출하면 빨리 배차가 된다”라고 말했다. 기사들은 “우선 호출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가입자수 60만명, 하루 호출 2만건을 올해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사은품 증정 특별행사, 대시민 홍보, 택시기사상 확대, 홍보도우미 운영 등 활성책을 추진한다.
대전 시내에서는 오렌지색 자전거 ‘타슈’를 타고 다니는 시민을 수시로 볼 수 있다. 민간기업의 공유자전거에서 타슈로 옮겨 탄 시민이 많이 증가한 것을 실감한다. 비결은 ‘첫 1시간 이용요금 무료화’였다.
대전시는 2022년 1월 1일 타슈의 첫 1시간 요금을 무료화하는 파격적인 시책을 내놨다. 37억여원을 투입해 휴대전화 앱으로 자전거에 부착된 QR(무늬)코드만 찍으면 바로 빌릴 수 있도록 했고, 새롭게 제작한 자전거 2500대를 보급했다. 이후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2022년 11월의 이용건수는 40만9803건(하루평균 1만3660건)으로 역대 월간 이용 건수 최고치를 돌파했다. 전년도 11월의 3만9918건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었다. 날씨가 추워진 12월 들어서도 인기는 식지 않았다. 12월 1일부터 19일까지의 타슈 이용건수는 12만5174건으로 전년도 12월 월간 이용건수(2만3249건)의 5.4배에 달했다.
현재 대전은 3개 업체가 3170대의 공유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00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T바이크다. 기본 15분 1500원에 이후 분당 1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전기자전거인 T바이크는 주행 시 힘이 덜 들고, 대여와 반납 장소의 제한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타슈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나이와 계층 구분 없이 타슈를 타는 시민이 급증하고 있다.
임택수 대전시 보행자전거과 주무관은 “공영자전거 타슈가 시민들의 교통수단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보면, 예산 대비 성과는 분명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의 온라인 쇼핑몰 ‘해남미소(hnmiso.com)’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농·특산물 판매 쇼핑몰 중 독보적이다. 인구 6만6000여명의 해남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 쇼핑몰의 매출액은 웬만한 유통 기업 못지않다.
해남미소 매출액은 2022년 156억원을 넘겼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몰이 호황이었던 2021년에는 226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농산물 쇼핑물 중에서 연간 매출 100억원을 넘긴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전남 지역만 해도 비교적 성장이 빠른 A군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2022년 매출액이 30억원 정도다. 전남도가 운영하며 22개 시·군의 상품을 모두 팔고 있는 ‘남도장터’의 매출은 지난 11월까지 540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문을 연 해남미소는 위탁으로 운영되다 2011년부터는 해남군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해남미소는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농민을 대신해 상품 입점과 판매, 발송, 정산까지 모두 군에서 직접 관리한다. 입점 수수료도 일반 쇼핑몰에 비해 낮다.
해남군은 국내 주요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해남미소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해남미소를 통한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면서 입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해남미소에서는 현재 480여 개 농가가 1500여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남군은 “해남미소의 모든 상품은 해남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로 군수가 품질을 보증한다”며 “땅끝 해남의 작은 쇼핑몰이 이제는 농산물 온라인 유통의 새로운 모델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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