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문해력 수업 ‘읽었다는 착각’[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3. 1. 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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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는 착각 표지



2023년 새해가 시작됐다. 저마다 한 해의 목표를 여럿 세우는 때. 그 목표들 중에 ‘책읽기’도 한 자리 차지할 만하다. 예나 지금이나 책읽기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책을 읽어서는 별무신통이다. 요령 있게 읽고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것이 쉽지 않다.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겉으로는 쉽지만 속으로는 어려운 책읽기를 돕기 위해 나온 책이 ‘읽었다는 착각’(조병영 , 이형래 , 조재윤 , 유상희 , 이세형 , 나태영 , 이채윤 지음 / EBS BOOKS)이다.

이 책은 ‘제대로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특히 어른들의 문해력(literacy)에 주목하면서 생활의 읽기, 일의 읽기, 소통의 읽기를 다룬다.

아울러 우리나라 성인들이 지닌 문해력의 실상을 보고하고,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오독의 실제적 예시를 흥미로운 퀴즈와 함께 살핀다. 그리고 그 안에 내포된 의미와 구조를 파악하고 우리가 ‘잘못 읽게’ 되는 오류에 어떻게 빠지는지 함께 찾아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2년 국제성인역량평가 데이터를 분석해 문해력과 임금의 관계를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동일한 교육 수준이라도 문해 수준에 따라 직장인들의 임금 차이가 많게는 2~2.5배까지 났다. 하지만 텍스트를 읽고 쓰고 활용하는 능력은 취업, 연봉, 승진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문해력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건강한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역량을 갖추는 데 있다.

우리 각자가 ‘텍스트를 읽고 쓰는 일의 과정과 결과’는 크고 작은 사회적 쟁점과 문제에 관한 대중적 의사 결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맥락에 대한 오독과 오판,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 등을 판별해 내지 못한 채 내린 결정은 때로 한 개인이 아니라 한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반면 문해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들은 읽고 쓰는 방식을 스스로 분석하고 성찰한다. 수많은 형태의 텍스트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기꺼이 수정하고 다듬는다. 따라서 ‘문해력을 갖췄다’는 말은 텍스트를 읽고 쓰면서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어른, 이해와 공감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는 어른, 그래서 지구라는 공동체의 시민다운 어른으로 자리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읽지 않아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억울한 일을 당한다. 실제로 세상에는 ‘설마 이런 일이 있겠어?’ 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또 우리는 거의 매일 일상에서 각종 청구서, 보험 및 상품 구매 관련 약관, 법 문서, 업무 및 광고 메일, 공공기관의 각종 지원 안내 공고 등 수많은 텍스트를 마주한다. 이들 텍스트는 대체로 그 형식이 까다롭고, 거기에 담긴 텍스트는 난해하며 낯선 용어로 가득 차 있어 사람들의 접근을 가로막는다. ‘읽었다는 착각’은 그러한 문서들의 개별적 특징과 그것들을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읽기 위한 각각의 전략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문해력은 의식적 행위다. 나의 사고와 판단이 필요한 적극적 행위다. 수동적으로 그저 보고, 듣고,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텍스트 뒤에 가려진 의도와 편향성, 그것이 등장한 맥락이나 작성자의 전제와 내 전제의 차이, 그리고 그 근거 등을 찾는 나의 적극적 행위가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감춰진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다른 관점을 비교해 보면서 근거를 찾는 연습을 꾸준히 할 때 가능하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사실과 가짜 뉴스 그리고 허위 정보와 유해 정보를 구분하고, 광고와 기사를 구분하며, ‘좋아요’와 ‘조회수’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물론 잘 읽는 법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아픈 사람(부진한 독자)의 열을 내리고(글 읽기의 어려움을 줄여 주고) 기운을 북돋는(글 이해에 도움을 주는) 보편적 읽기 전략은 있다.

이에 ‘읽었다는 착각’은 잘 읽고 싶은 어른들을 위해 7가지의 보편적인 전략과 더불어 일상의 구체적인 읽기 사례를 예로 들어 개별적 텍스트의 효과적인 읽기 전략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대한민국 최고의 리터러시 전문가들이 제대로 읽고 싶은 모든 이에게 드리는 일종의 워크북이라고 할 수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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