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맞은 시민들…한반도 불안 정세에 “소원으로 ‘평화’ 빌었다”
“올 한해 소원으로 ‘평화’를 빌었어요. 연일 남북 이슈를 직접 접하다 보니 불안함도 좀체 가시질 않더라고요.”
경기도에 거주하는 백모씨(32)는 연말·연초에 고조되고 있는 남북 간 군사 긴장에 1일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졌다”고 했다. 백씨는 지난달 28일 새벽 전투기 굉음 소리를 들은 데 이어 이틀 뒤인 30일 국방부가 쏘아 올린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를 목격했다. 백씨는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이 한 달 새 덮쳐온 것 같았다”며 “신년 소망으로 ‘한반도 평화’라는 단어를 적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 유지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3년 만에 찾아온 비대면 신년 맞이에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6만명의 시민이 몰리는 등 전국이 신년맞이 행사로 들썩였다. 올해는 특히 신년을 맞아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은 탓이다.
직장인 신모씨(28)는 “북한의 무력 도발보다도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강경 대응’ 메시지가 더 두려웠다”고 했다. 신씨는 “(지난해) 12월29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랐는데, 내가 탑승한 비행기가 격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남북 정세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보였다. “신년에 일어나자마자 본 게 북한의 대남 강경 대응책이다” “연일 안보 불안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새해 소원으로 평화를 빌었다. 제발 올해에는 양쪽이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말해 불안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프리랜서 오모씨(34)는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것이 황당했고, 어디까지 감안하고 한 말인지도 알 수 없어서 정말 불안하다”며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지지층의 표심을 얻으려는 계산에서 한 말이라면 생각이 짧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군사적 긴장이 띄엄띄엄했지만 너무 잦아졌다”며 “긴장 국면을 일단락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씨(35)는 “전쟁은 보수든 진보든 피해야 하는 것”이라며 “힘을 내야 할 새해에 ‘전쟁이 나면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남북 간 평화를 위한 논의가 모두 물거품이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하는 시민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강모씨(30)는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성공단처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는데 모두 사라져버려 아쉽다”고 했다. 직장인 김정숙(29)씨는 “평창올림픽 때는 ‘한반도기’나 남북 공동 국가대표팀 얘기까지 나왔는데, 어렵게 쌓은 관계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수 시민은 정부가 올해 ‘평화’에 방점을 둔 외교안보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직장인 고모씨(37)는 “새해에 남북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부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데 주력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정확한 판단과 함께 올바른 결정들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씨(30)는 “최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확전을 언급했는데, 진짜 전쟁이 나면 모든 일상이 파괴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강 대 강 대치보다는 외교력을 발휘해 도발을 잠재우고,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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