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공감 스케치 코미디로 돌아온 ‘안녕하숏’ 안소미-이문재 “‘숏박스’보다 우리가 원조!”[스경X2023]
‘토끼의 해’다. ‘토끼’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이 가족이다. ‘토끼 같은 자식과 아내’라는 표현은 많은 분야에서 통용된다. 그만큼 토끼는 가족애의 상징이다.
첨단의 유튜브 콘텐츠 홍수 속에서도 ‘가족’은 항상 기본이 되고, 거점이 되는 단어다. 개그맨 안소미와 이문재는 4년도 넘게 ‘가족’ 같았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떠났지만, 유튜브 콘텐츠에서 새로운 ‘가족’을 이뤘다. 2023년은 이들에게 웃음을 되찾고, 보는 이들에게도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은 한 해다.
지난해 11월23일 만든 이들의 스케치 코미디 전문 채널 ‘안녕하숏’은 개설이 불과 40여 일 지난 시점에 구독자 2만명을 넘어섰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개별영상의 조회수다. 집이 비는 날 ‘아내’ 안소미의 악전고투를 다룬 ‘자유’ 편은 조회수 60만을 넘었고, 평균 20만에 최소 10만을 넘어서는 조회수로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사람은 ‘스포츠경향’의 신년 인터뷰에 참여해 그동안의 근황과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2023년 계획을 밝혔다.
“어느 날 (안)소미 선배에게 전화가 왔어요. ‘유튜브를 같이 할 수 있겠냐’고요. ‘개콘’ 때도 좋아했고, 존경했던 선배라 망설임 없이 결정했어요.”(이문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싶은데, 스케치 코미디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니 부부생활을 소재로 하고 싶더라고요. 남자 개그맨 중에 인성도, 아이디어도 연기력도 제일 좋은 (이)문재 오빠를 골랐죠.”(안소미)
안소미는 이문재보다 8살이 어리지만, KBS 공채 기수는 두 기수가 높다. 아이러니한 이들의 관계는 언뜻 보면 오누이 같고, 부부 같아 보이면서도 묘한 선후배의 긴장이 있다. 연기력이라면 정평이 난 두 사람은 ‘아이디어 뱅크’인 이문재의 대본에 따라 일사천리로 부부생활의 에피소드를 뽑아냈다.
“저희가 영상을 찍지만 사실 소미 선배의 남편분이 많은 아이디어를 주세요. 서로 친해서 한 잔씩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술자리에서 제가 컴퓨터를 켜놔야 합니다. 소미 선배 부부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면 대본이 돼요.”(이문재)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부부 이야기와 많이 닮아있다. 장을 보라 시키면 즉석식품만 사 오는 남편, 집이 비면 자유를 느끼다가도 어느새 살림에 몰두하는 아내, 퇴근하면 잘 씻지 않고 트레이닝복만 입는 남편, 일탈의 욕구로 화려한 화장을 하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에 화를 내는 아내. 모두가 일상에 밀착한 소재로 이뤄졌다.
“제가 아직 미혼이라 콘텐츠를 만들면서 결혼에 대해 계속 물어보긴 해요. 그러면 ‘하지 말라면 하지 마’라는 대답이 돌아오죠.(웃음) 하지만 부부끼리 보면서 더욱 끈끈해졌다는 이야기도 많아요. 동질감도 많이 느끼시고요.”(이문재)
“저희는 영상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대댓글’을 꼭 달거든요. 주변에 트로트하는 선배분들과 개그맨 동료들이 좋은 반응을 해줘요. 특히나 저는 ‘애기엄마’들의 구독, 좋아요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습니다.”(안소미)
나란히 ‘개콘’의 전성기이던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데뷔한 이들은 2020년 ‘개콘’ 뜻밖의 종방과 맞닥뜨렸다. 웃음을 줘야 하는 직업이지만 눈물만 새어나던 시절이었다. 웃음의 꿈으로 뭉쳤던 이들은 지금 대부분 생업에 몰려있고, 다른 직업을 가진 이도 있지만 안소미와 이문재는 개그를 놓지 않고 있다.
안소미는 ‘미스트롯’ 출연 이후로 트로트 가수로 겸업해 활동 중이며 SBS ‘오! 젊음’, 국방홍보원 라디오 안소미·한강의 ‘오! 해피데이!’를 진행 중이다. ‘개콘’ 시절 ‘두근두근’이라는 코너로 인기를 얻었던 이문재는 경기도 권역에 방송되는 기남방송 ‘우리동네 정보통’과 TJB ‘생방송 투데이’로 활약 중이다.
“제 이름을 소개할 때 가장 큰 부분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요. ‘개콘에서 활동 중인~’으로 인사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프로그램이 삶의 가치를 올려놨다가 사라지면서 개그맨들이 다 힘들게 사는 것처럼 비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두 잘 지내려 노력 중입니다.”(이문재)
“제 경우는 막 아이를 낳고 난 상황이라 ‘개콘’이 없어지고 우울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우울해봤자 시간만 허송하잖아요. 제 나름대로는 바쁘게 지냈습니다.”(안소미)
유튜브는 이렇게 무대가 사라진 희극인들에게는 어둠 속의 빛과 같은 존재였다. 최근에는 특히 짧은 상황극을 3~5분 사이 분량으로 보여주는 ‘스케치 코미디’가 유행 중인데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이 출연한 ‘숏박스’ 채널이 인기를 얻으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안소미와 이문재는 “스케치 코미디의 원조는 우리!”라며 2023년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채널을 키워서 당시 ‘개콘’을 했던 동료들의 채널과 연계해 세계관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또 무대가 필요한 개그맨들에게 기회가 되고 싶고요. 2023년에는 복권, 로또 당첨되시고 힘든 일 없으시길 기원합니다.”(이문재)
“힘드시면 저희 채널 오셔서 댓글로 욕하셔도 돼요.(웃음) 모든 분들 감사하고, 2023년 모든 하시는 일, 가정의 평화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문재 오빠 올해에는 제가 꼭 장가보낼 거에요.”(안소미)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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