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회장들 "부동산가격 조정에 한계 기업·가계 늘 것"

문혜현 2023. 1. 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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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연 3.75∼4.00%대 전망
경제성장률은 1%대 중·후반 예측
가계부채·부동산PF 부실 등 경고
强달러 지속땐 외화조달 우려 표시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연합뉴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금리 상승과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수출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한계에 이르는 가계와 기업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올해 기준금리 수준을 연 3.75∼4.00%으로 내다봤다. 경제 성장률은 1%대 중·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가 1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을 상대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가계·기업 한계 차주(대출자) 부실 급증'을 올해 우리나라 경제·금융을 위협할 첫 번째 리스크로 지목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자부담 증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다중채무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고금리로 한계 차주의 부실이 급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 증가, 자본조달 여건 악화, 자산가격 하락, 경영여건 악화로 취약 차주, 한계 기업의 부채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다중 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올해 대출 상환 유예 등 지원 조치가 종료되는 9월 이후 개인과 자영업자의 부실 가능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대출뿐 아니라 부동산PF 등 기업대출 부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두웠다.

함 회장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등에도 금리 상승이 지속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이 유지되는 만큼 부동산 매수 심리 개선이 쉽지 않다"며 "올해 전국 주택가격은 작년 말 대비 3∼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 회장도 "급등한 금리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이뤄지고, 전세 수요 감소는 매매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더구나 새해 수도권에만 17만 호의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올해 부동산 가격이 3% 안팎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 회장은 "정부 정책 등 다양한 변수로 구체적 하락 폭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올해 주택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 역시 "작년 말 대비 주택가격의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특히 3년간 대규모 주택공급이 진행된 대구 등 경북 중심으로 하락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하방 압력이 크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가 가시화하는 하반기에는 조정 국면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역적자 확대 등에 따른 외화 유동성 부족, 산업 경쟁력 약화와 수출 부진, 자금·신용 경색, 물가, 환율 등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윤 회장은 "무역수지 적자와 신흥국 리스크에 따른 외화유동성 경색의 위험이 있고, 미국·중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력 산업의 해외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 회장은 "올해 상반기 중 340조원에 이르는 채권의 만기 도래가 예정된데다, 경기전망 악화로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돼 국내 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우려된다"며 "강달러가 지속되면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함 회장은 "수출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9%를 차지하는데, 글로벌 성장 둔화와 반도체 등 주력산업 경기 악화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면 성장률과 무역적자 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회장은 "에너지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경제에 큰 충격"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최근 1200원대 중반으로 낮아졌지만 달러 약세 전환이 요원한 상황인 만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금융수장들은 올해 기준금리 최고 수준을 연 3.75∼4.00%로 전망했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중후반 수준으로 점쳤다. 아울러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 환율의 경우 평균 1300원대를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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