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고금리 얼마나 버텨 낼까···한은 총재 “물가·경기·금융안정 상충 가능성”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이 상충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요인과 경기 하락 압력이 공존하고, 국내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등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신년사에서 “올해도 우리 경제 안팎에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커질 것이므로,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해 7월 중 6.3%까지 치솟았고, 9~10월에는 미 달러화 강세로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뛰었다. 10월 이후엔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기도 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은도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초 1.0%였던 기준금리를 3.25%까지 인상했다.
한은은 올해도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올랐고, 연초부터 단행되는 교통·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중국의 방역 완화 조치가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외 경기침체로 수요가 둔화하면서 물가 오름세는 점차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연 3.6%, 기획재정부는 3.5%로 전망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올해 국내 경기에 본격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건설사와 금융회사의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누적된 대출금리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관계 당국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정책 대응 방안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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