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덜어낸 프란치스코 교황, 사임 앞당기나

김혜리 기자 2023. 1. 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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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선종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송년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임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의 선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교황 2명이 생존해 있는 어색한 상황에 놓일 우려가 없어지면서 그간 사임을 꾸준히 언급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머지않아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이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선종하면서 본인이 사임해도 그 뒤를 이을 새 교황이 부담을 덜 받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가디언은 “‘명예 교황’ 두 명에 현역 교황까지 교황이 셋이나 존재할 수 있다는 전망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자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전임 교황 둘이 후임자에게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내 진보 성향의 개혁파에 속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파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오른쪽)이 지난 2017년 6월28일(현지시간)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된 이후 은퇴를 고려할 수 있다고 꾸준히 말해왔다. 그는 교황들이 살아있을 때 사임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결정은 “용감한 일”이었다면서 본인의 재임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갈수록 악화하는 교황의 건강 상태도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대 시절 폐에 염증이 심해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최근 몇 년간은 좌골신경통을 앓아왔다. 올해 초엔 오른쪽 무릎 인대가 손상돼 지난 7월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는 휠체어와 보행기, 지팡이 등을 사용했다. 그는 이후 “캐나다 순방은 약간의 시험이었다. 고령에 (건강 문제 등) 한계까지 더해지니 교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아끼거나, 물러날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다”며 “사임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가디언은 교황 선출 10주년인 오는 3월13일쯤 교황의 사임 발표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주교들이 교회에 자문하는 회의인 세계주교시노드를 전후해 사임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7월 멕시코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이 사임한다면 모국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지 않고 ‘로마의 명예 교황’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그는 바티칸시국 내 수도원에서 거주하며 현역 교황이 입는 흰색 예복을 입었던 베네딕토 16세와 달리, 바티칸을 벗어나 흰색 예복도 입지 않고 생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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