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러·우크라 특사에 "평화 원한다" 원론적 입장만

김태훈 2023. 1. 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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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부터 벌써 1년 가까이 참혹한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브라질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그간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온 브라질 정부의 태도를 감안한 듯 룰라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특사들에게 '평화를 원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브라질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해선 별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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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취임식 계기로 '외교전' 벌어져
러 축하 사절엔 "빨리 갈등 종식시키길" 당부
우크라 측에는 "주권 수호하려는 노력 존중해"

2022년 2월부터 벌써 1년 가까이 참혹한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브라질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세계 각국 특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계기가 됐다. 그간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온 브라질 정부의 태도를 감안한 듯 룰라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특사들에게 ‘평화를 원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축하 사절로 온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룰라 당선인 SNS 캡처
룰라 당선인은 취임식을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외국 특사들과 잇달아 만나며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브라질은 국토 면적(한반도의 약 37배, 세계 5위)과 인구(약 2억1000만명, 세계 7위) 면에서 남미 최대를 자랑하는 강국인 만큼 그 대통령 교체는 각국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외교적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러시아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 의장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축하 사절로 브라질에 급파했다. 룰라 당선인은 마트비옌코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이 나의 대통령 취임을 축하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브라질은 평화를 열망한다”며 “분쟁 당사자들이 빨리 공통의 해법을 찾아 갈등을 종식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 취임식을 찾았다.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룰라 당선인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달함과 동시에 현재의 전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브라질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은 국가의 주권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존중한다”며 “평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사람과 대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어찌 보면 ‘평화가 우선’이란 원론적 입장만 내세우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누구 편도 들어주지 않은 셈이다. 좌파 성향의 룰라 당선인이지만 외교정책, 특히 대(對)러시아 정책만큼은 극우 성향의 전임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축하 사절로 온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룰라 당선인 SNS 캡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22년 2월1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불과 열흘 전으로 이미 두 나라 국경에서 전운이 감돌고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을 때였다. 하지만 러시아·브라질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해선 별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대신 두 나라는 국방 및 에너지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쟁이 터진 뒤에도 브라질은 미국 등 서방이 주축이 된 대러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계속 이어갔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브라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는 “브라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보답했다. 브라질은 일본, 독일 등과 더불어 현행 유엔 안보리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브라질 외교의 오랜 숙원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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