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한민국 산업 심장이 뛴다②-포스코 포항제철소
기사내용 요약
2열연, 침수 100일만에 재가동
1월내 2고로 쇳물 생산 100% 회복
올해 철강 시황 부진…고부가가치제품으로 대응
[포항=뉴시스] 옥승욱 기자 =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가열로와 기자 사이 거리는 어림잡아 70m가 넘었다. 하지만 가열로에서 아직 슬래브(철강 반제품)가 나오기 전인데도 1500도가 넘는 가열로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로 기자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윽고 가열로에서 묵직한 소리와 함께 벌겋게 달궈진 슬래브가 롤러를 타고 흘러나왔다. 슬래브가 기자쪽으로 다가올 수록 후끈한 열기가 점점 온 몸에 느껴졌다. 이 슬래브는 곧바로 압연기를 통과해 열연강판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26일 경북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은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포스코 현장 직원들은 불과 한 달 새 2열연공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강조했다.
한 달 전만해도 곳곳에 지난 9월 침수 피해 흔적이 역력했지만 포스코 전 직원들은 한 달만에 2열연공장을 완벽하게 복구했다. 힌남노 피해로 가열로까지 침수 피해를 당했던 현장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2열연공장은 열연강판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침수 피해 100일 만에 대한민국 산업 심장인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은 그렇게 숨가쁘게 다시 박동하고 있었다.
2열연공장은 침수 피해 이후 100일 만인 지난달 15일 처음 가동됐다. 전문가들도 피해 복구에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포스코 직원들은 한마음으로 뭉쳐 이 시간을 3개월로 줄였다.
특히 2열연공장은 매일 눈에 띄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12월 말까지 평소 생산량의 80%까지 끌어올린 뒤 계묘년 새해부터 100% 수준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2열연공장 생산량은 연간 500만t에 달한다.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480만t 철강 제품의 33%가 이곳에서 나오는 셈이다. 특히 2열연공장에서 생산하는 열연강판은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산업계 전반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제품들이다. 포스코 직원들이 그 어떤 공장보다 심혈을 기울여 이 공장 복구에 매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윤섭 2열연공장 과장은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 압연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공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곳 복구가 끝났다는 것은 사실상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3후판공장 사실상 정상 가동…"극박·특수강 등 생산 러시"
고망간강을 소재로 사용한 LNG탱크가 대표 제품이다. 이 공장이 장기간 멈추면 제품 수급에 큰 차질을 빚는만큼, 포스코는 이 현장도 최우선적으로 복구했다.
포스코가 지난 9월 침수 피해 이후 3후판공장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두께 6mm의 극박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후판은 자동으로 생산하는 열연강판과 달리 운전실에서 사람이 직접 좌우를 돌려가며 규격에 맞는 철강 제품을 만든다.
이영춘 포스코 명장은 "침수 피해 이후 공장의 2207개 모터를 모두 직접 분해하고 씻고 정비했다"며 "이렇게 복구를 해놓고 나서도 공장이 가동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어떨 때는 우리가 봐도 신기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름 전 외국의 한 고객사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API 후판이 생산되는 것을 보더니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이 고객이 프로젝트 발주를 주려고 하는데 침수 피해 후 공장 가동을 믿을 수 없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간 것"이라고 밝혔다.
제2고로, 올해 100% 정상 가동 '확신'
쇳물이 쏟아지는 고로 앞에 서자 뜨거운 열기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쇳물이 흘러나오는 곳에 막혀 있는 스크래시 커버를 제거하자 뻘건 쇳물이 흘러내렸다. 대한민국 산업 심장으로 흘러들 바로 그 쇳물이다.
임근철 1제선공장 부공장장은 "이 곳 쇳물은 평상시와 비교해 80% 양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후공정 복구로 아직까지는 감산 조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1월 중순에는 압연라인이 100% 복구되는 만큼, 쇳물 생산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고부가가치·친환경 제품 확대, 시황 부진 대응
올해 철강 내수는 자동차, 건설 등 수요산업 전반의 침체로 전년 수준인 532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이 수준이라면 대한민국 산업 심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철강협회는 "올해 판재류의 경우 조선용 수요는 잘 유지되겠지만 건설과 가전용 수요는 다소 부진할 것"이라며 "봉형강 수요는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며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1월내 포항제철소 압연 공장을 완전히 복구하고 WTP(World Top Premiu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로 글로벌 철강 시황 부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는 제강 비율을 낮추고 전기로 사업 및 저탄소 조업기술 개발 등을 통해 탄소배출 감축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저탄소 철강제품 생산 기반 구축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기차용 전기강판(Hyper NO), 태양광용 포스맥(PosMAC) 등 친환경 제품 신수요 개발도 한결 늘려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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