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보안법 사건 외국인 변호사 선임' 판단 홍콩에 넘겨

윤고은 2023. 1. 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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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홍콩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에서 외국인 변호사 선임 문제에 대한 판단을 홍콩 당국에 넘겼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홍콩 정부가 유권 해석을 요청한 외국인 변호사의 국가안보 관련 사건 참여 문제에 대해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과 홍콩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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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인사 지미 라이 재판 영향…"홍콩정부에 백지 위임장 넘겨" 지적
폐간된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홍콩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에서 외국인 변호사 선임 문제에 대한 판단을 홍콩 당국에 넘겼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홍콩 정부가 유권 해석을 요청한 외국인 변호사의 국가안보 관련 사건 참여 문제에 대해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과 홍콩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국가안전수호위원회는 홍콩 행정장관이 이끌며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주임이 고문을 맡는다.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국가보안법 47조에 따라 홍콩 법원은 재판에 앞서 외국인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홍콩 행정장관의 허가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만일 법원이 그러한 허가를 구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면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해석은 폐간된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75)의 국가보안법 재판을 앞두고 내려졌다.

라이는 자신의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영국 왕실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그러자 홍콩 법무부는 국가보안법 사건에는 외국인 변호사가 참여할 수 없다며 법원에 이의 금지를 요청했으나, 고등법원에 이어 종심법원 모두 기각했다.

이에 지난 11월 28일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과 중국 내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 사례가 많았다면서, 전인대 상무위에 외국인 변호사의 국가안보 관련 사건 참여 문제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홍콩 검찰이 중국 당국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라이의 재판 연기를 신청해 라이의 해당 재판은 올해 9월로 연기됐다.

홍콩 정부가 현지 법과 관련해 중국 당국의 해석을 구한 것은 이번이 6번째이며,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는 처음이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정부가 직접 제정해 홍콩에서 시행한 법이다.

AP 통신은 "전인대 상무위의 해석은 라이가 영국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을 사실상 막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친중 인사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의 사법 체계에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고 있다"며 "반면 일부 법학자들은 중국이 홍콩 정부에 백지 위임장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요하네스 찬 전 홍콩대 법대 학장은 SCMP에 "이번 해석은 행정장관에 새로운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 장관은 중국의 결정이 나오자 "외국인 변호사의 재판 참여에 대한 허가를 내리는 권한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됐을 때 이미 분명히 명시돼 있던 것"이라며 "이번 유권 해석으로 행정장관에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폴 람 홍콩 법무장관은 라이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행정장관으로부터 외국인 변호사의 참여에 대한 허가를 구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는 다른 빈과일보 간부들과 함께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2020년 12월부터 수감된 상태이며 지난달 10일에는 사기죄로 징역 5년 9개월이 추가됐다.

1995년 창간한 빈과일보는 당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지난해 6월 자진 폐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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