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원→16만원, 반토막” 끝까지 믿었던 셀트리온 신화의 배신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셀트리온에 투자한 40대 직장인 A씨는 셀트리온 뉴스 제목만 봐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악재로 작용해서다.
A씨는 2020년 코로나 치료제 개발 소식에 ‘35층’으로 입성했다. 지금 주가는 반토막났다. 영끌로 수천만원 투자했는데, 마지막날 장까지 3% 또 떨어졌다. A씨 마음도 무너진다.
셀트리온이 코로나 사업에서 철수한다. 셀트리온은 진단키트 기업 휴마시스와 체결한 공급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국산 1호 치료제로 개발된 ‘렉키로나주’는 지난 2월부터 공급을 중단했다. 사실상 코로나 사업을 접는 것이다. 그동안 주식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있는 셀트리온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이 더 큰 악재가 될까 전전긍긍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9일 공시를 통해 휴마시스와 코로나19 항원진단 홈키트 ‘디아트러스트’의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과 체결한 총 1366억원 규모의 계약 중 33% 수준인 447억원어치 제품 공급을 완료했다. 나머지 920억원어치 제품 공급이 남아있지만 두 회사의 계약 기간은 올 해 말까지다. 사실상 나머지 공급 계약은 무효화한다는 것.
셀트리온은 미국에 진단키트를 유통하고 있는 셀트리온USA에 대한 공급계약을 기존 4595억원에서 2472억원으로 줄인다고도 공시했다. 셀트리온 측은 “휴마시스의 납기지연에 따라 시장에 진단키트를 적기에 공급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대한 셀트리온USA의 요청에 따라 공급계약 규모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휴마시스는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휴마시스 측은 “셀트리온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에 따른 것으로, 법적 대응을 위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 등을 비롯한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셀트리온의 국산 1호 코로나 치료제로 관심 받은 ‘렉키로나주’도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렉키로나는 지난 2020년 3월 서정진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개발을 완료하면 공중보건 위기 해결을 위해 치료제를 원가에 공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렉키로나는 출시 이후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2월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렉키로나주의 신규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렉키로나주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치료제에 이어 진단키트까지 코로나 관련 사업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사실상 철수하는 모양새”라며 “당분간은 셀트리온의 본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업 부진 여파는 셀트리온 외에 곳곳에서도 감지된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를 공동개발했다. 조코바는 지난 11월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이 기대됐다. 이에 일동제약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코바의 도입 필요성이 낮다는 질병청의 결론에 따라 국내 도입은 무산됐다. 주가가 며칠사이 30%넘게 폭락해 주주들은 아우성이다.
조코바가 국내에서 사용되려면 렉키로나주처럼 임상 3상 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허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임상 자료를 내야 한다.
국산 첫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마찬가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초기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 등을 위탁생산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했지만, 정작 백신 수요가 줄어 스카이코비원을 접종한 이는 몇 천명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원래 하던 독감 백신 생산을 다시 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기존 백신,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투자했던 프로젝트가 오히려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개발을 독려했던 정부 차원에서 손실을 보장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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