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새해 맞은 세계 “전쟁·코로나·경제위기 사라지길”

신기섭 2023. 1. 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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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규제 풀리며 3년 만에 거리서 새해 맞아
전쟁·코로나 재확산·금융 위기 경고 속 희망찾기
3년 만에 다시 열린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항구의 2023년 새해 맞이 불꽃놀이 행사. 시드니/AFP 연합뉴스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31일 밤 거리에 나서, 전쟁·코로나19·경제 위기로 얼룩진 2022년을 보내고 평화로운 한해가 오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세밑에 더욱 격렬했고, 전파력이 더 강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의 확산으로 1월 중순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고물가·고금리로 상징되는 경제 위기 와중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동자들의 노후 자금을 맡아 운영하는 연금 펀드들의 유동성 우려를 경고했다.

■ 다시 살아난 새해맞이 행사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를 맞은 서태평양 연안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는 3년 만에 방역 규제 없는 새해 축하 행사가 열렸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일 전했다. 해변에는 100만명에 이르는 사람이 몰려 화려한 불꽃놀이 행사를 즐겼다. ‘하버 브리지’ 위의 하늘을 7천발의 불꽃이 수놓았고 인근 오페라하우스 주변에서도 2천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개선문에서 열리는 새해 축하 행사를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샹젤리제 거리가 발 딛을 틈도 없을 정도였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템스 강변,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거리 등도 새해 맞이 행사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2019년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보고됐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도 경찰의 엄격한 통제 속에 수만명이 새해맞이 행사를 벌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200만명 이상이 몰려들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는 수천명 규모의 사람들이 나와 불꽃놀이를 즐기면서 새해맞이 분위기를 맛봤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의 키이우는 31일 어둠이 내리면서 어느 때보다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창밖을 내다보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을 외쳤다. 지난 29일에 시내 중앙역 광장에서는 전력난으로 불이 꺼질 상황에 처한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밝히기 위해 시민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생산하는 행사도 열렸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산타클로스 복장의 한 남성은 “10초 동안 환하게 빛난 불빛, 10초 동안의 축제 분위기!”라고 외치고 “모두에게 행복이 깃들길, 그리고 무엇보다 승리가 찾아오길”이라고 말했다.

2023년 새해맞이를 위해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 더 격렬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은 31일 낮부터 새해 첫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러시아군은 31일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쏴, 적어도 한명이 목숨을 잃고 서른명 이상이 다쳤다. 이날 오후 1시께 시작된 공습은 한동안 중단됐다가 1일 새벽에 재개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한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연설에서 “2023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우리 모두를 위해 내가 소망하는 것 하나는 (전쟁) 승리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31일 밤 국영방송을 통해 중계된 신년 연설에서 서방의 러시아 파괴에 맞서 자국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는) 어렵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의 해였고 러시아의 완전한 주권과 우리 사회의 강력한 단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걸음을 뗀 해였다”며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려 하지만 우리는 이를 그냥 놔두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1월5일께 국경을 봉쇄하고 다시 예비군 징집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러시아 시민들을 겨냥한 연설에서 “1월 초 러시아 당국이 (징집 대상) 남성들의 국경 통과를 봉쇄하고 계엄령을 선포한 뒤 징집에 다시 나설 것”이라며 “여러분에게 선택의 시간이 일주일 정도 남았다는 게 사실임을 나는 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수장 키릴로 부다노우도 지난 29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예비군 징집령이 5일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어린이들이 31일 지하철역에서 산타클로스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 변이로 더 강해진 코로나19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방역 규제를 푼 가운데 중국발 코로나19 유입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전파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하위 변이가 퍼지면서 1월 중순께 다시 코로나 대유행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오미크론의 새로운 변이(XBB.1.5) 감염자가 12월 마지막 주 미국 전체 확진자의 44.1%를 기록했다고 지난 30일 발표했다. 이는 일주일 전 21.7%의 2배에 이르는 비중이다.

미네소타대학의 감염병 전문가 마이클 오스터홈 박사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얄궂게도 세계가 지금 직면한, 아마도 최악의 변이는 (중국발이 아니라) XBB.1.5”라고 지적했다. 뉴욕 와일코넬 의과대의 존 무어 교수(미생물학·면역학)는 “지난 2년 겨울의 경우 1월 중순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이뤘으며 올해도 똑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하위 변이는 지난 8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번졌고 다시 미국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 변이는 인체 세포와 결합하는 능력이 다른 변이들보다 훨씬 강하지만, 오미크론 감염 증상과 다른 증상까지 유발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국의 공공병원을 운영하는 ‘국가보건서비스’(NHS)는 31일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의 ‘이중 확산세’가 나타나고 있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보건서비스의 의료 책임자 스티븐 포위스 교수는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가 11월 말보다 7배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이중 확산세’ 우려가 현실화했다”고 지적했다.

■ 퇴직금 운영하는 연금 펀드도 위험

물가 폭등과 금리 인상 속에 전세계 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노동자들의 노후 자금을 맡아 운영하는 금융계 ‘큰손’인 연금 펀드들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이 기구는 금리가 낮은 기간 동안 연금 펀드들이 사회기반시설 등 대체투자 상품에 많은 돈을 투자한 탓에 위기 국면에서 현금을 빠르게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투자 상품들은 최근 주식과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현금화는 훨씬 어렵다. 영국계 싱크탱크 ‘공적 통화·금융기관 포럼’(OMFIF)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3조달러(약 380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전세계 공공 연금 펀드의 절반 이상이 대체투자 상품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펀드들은 사회기반시설과 부동산 투자 등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헤지)가 가능한 상품을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가 암울한 경고와 함께 새해를 맞았지만,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의 지하철역에서는 정교회의 성탄절인 1월7일을 일주일 앞둔 31일 어린이들과 산타클로스가 만나는 행사가 벌어지면서 미래의 주역들에게 한줄기 희망을 선사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키이우/노지원 특파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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