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IT] "사무실 다시 출근하세요"…'신기루'된 IT업계 재택근무 혁신
기사내용 요약
2023년 인플레이션 우려·경기침체 이어질 듯
구글·메타·트위터 등 美 빅테크는 대규모 감원 나서
카카오, 내년 3월 재택근무 종료…게임업계는 대부분 종료
경기 침체 대비해 운영 효율성 증대 경영 화두로
'개발자' 채용 붐 사그라들고 신규 채용 축소 등 '채용 한파'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2023년 새해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습니다. 그런데 새해를 맞이하는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본격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제 여건이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에 힘 입어 고공 성장했던 IT·게임업계도 새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재 채용 속도 조절에 나섰고, “어디서든 일한다”라는 키워드 아래 호기롭게 도입했던 재택(원격) 근무제는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신작 개발이 급해진 게임업계는 이미 대부분 전면 출근제로 전환했습니다. 또 불필요한 사업들은 가감없이 ‘매각’하고 감원 칼바람도 불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먼저였습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만명 정리해고에 나섰고, 메타는 1만1000명 이상 직원을 구조조정했습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머스크는 전체 직원 절반 규모인 3700명을 해고했죠.
"다시 출근합시다"…다시 회사 나오라는 IT 기업들
부메랑 된 개발자 '몸값경쟁'…'고용 한파' 분다
카카오는 오는 3월1일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근무제인 '오피스 퍼스트'를 적용합니다. 근무 시간도 하루 8시간에 한해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복귀합니다. '격주 놀금' 제도도 이달부터 매월 마지막주 '놀금'으로 전환됩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밀도 있는 업무환경이 필요해졌고, 업무에 대한 비효율성과 소통의 어려움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카카오는 설명했습니다.
네이버는 반기마다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하는 O타입과 전면 원격 근무하는 R타입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근무하고 있는데, 최근 내부적으로 근무제도 선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사들은 이미 작년 여름 대부분 전면 출근으로 전환한 바 있고, 최근 이를 공식 업무 방식으로 확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신작 개발이 지연됐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진 영향인데요. 게임 개발 특성상 인력들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게임업계 맏형 넥슨은 최근 "제작 과정에서 보다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츨근제를 공식화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사내 공지를 통해 내년 전면 출근 근무제를 확정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전체 전면 출근제로 복귀한 결과 현상 유지가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다만 여전히 재택근무를 고수하고 있는 IT기업들도 많습니다. 운영 결과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성 증진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아직까지 많아, 복지 측면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인지 핵심 인력인 개발자를 중심으로 사무실 출근제 전환에 따른 반발이 크다는 게 기업들의 고민거리입니다. 미국 대형 IT기업 구글, 애플도 재택근무를 철회하려고 했다가 집단 반발이 일면서 재택·출근 혼합형 근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죠. 효율성 증대가 중요해진 올해, 재택근무 종료를 둘러싼 기업들이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겠네요.
너도나도 연봉을 높이며 공격적인 개발자 채용에 나섰던 ‘채용 붐’도 올해에는 옛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채용 속도 조절을 통해 늘어난 인건비 대응에 나섰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확장에 따른 필수적인 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체 인력은 늘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고,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 역시 "채용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등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는 등 인건비를 통제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바 있죠. 일부 게임사들은 일부 개발 인원의 감축을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거나 신작 개발 및 게임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엔씨소프트는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출시 2년 만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PC게임 ‘엘리온’을, 넥슨은 대표 장수게임 '카트라이더'의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죠. 넷마블은 신작 '몬스터 아레나'와 'BTS 드림: 타이니탄 하우스' 개발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욱 녹록지 않겠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3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지난해 6.0%와 올해 3.2%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요. 금리 인상 기조도 당분간 이어지겠습니다.
이같은 대외 경제 여건 속에서 IT기업들은 경영 효율화뿐 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주요 게임사들은 지난달 발급 받은 중국 외자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를 계기로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진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PC와 콘솔 기반 신작 출시를 통한 장르·플랫폼 다각화 및 서구권 공략을 본격화할 채비를 마쳤습니다.
네이버는 이달 초 북미 최대 패션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를 마무리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입니다. 또 새로운 배송 솔루션 '도착보장'을 선보이며 물류 혁신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는 최근 피해보상, 재발방지책 발표 등 서비스 먹통 사태 수습을 마무리 짓고 올해부터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메신저 '카카오톡'에 상호작용 기능을 강화하고 오픈채팅 앱 출시를 예고하며 수익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합니다. 별주부전에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 토끼처럼, 우리 IT기업들도 지금의 혹한기를 새로운 도약의 모멘텀으로 만드는 '지혜의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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