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샴페인 축배로 신년연설…"도덕·역사적 정당성 러시아에게"

집권 20년 만의 9분 '최장 연설'
젤렌스키 "푸틴이 러시아 파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한 신년연설에서 “우크라전에서 우리가 도덕적으로 옳다”고 강조했다. 그가 집권한 20년 만의 최장 연설로 샴페인 잔을 들어 전쟁을 자축하는 건배를 제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로스토프 남부군사령부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방송된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속한 영토에서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사는 이들을 보호할 군사작전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공개된 신년사는 9분 분량이다. 푸틴 대통령은 군복 차림의 군인 여러 명을 배경으로 서서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이 정당하다고 계속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의 역사적 영토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州) 및 도네츠크주) 지역의 해방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근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대결이며 거기에서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그는 “서방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은 러시아에 전방위 경제제재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 전쟁이 선포됐다며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던 서방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게 제재를 가한 서방은 러시아의 산업, 재정, 수송 능력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은 진정으로 중요하고 운명적인 사건으로 가득 찬 한 해였다”고 발언하면서 주변에 서 있던 군인 및 여성 다수와 함께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이번 신년사는 2022년의 마지막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가한 직후 공개됐다. 수도 키이우에서는 이날 적어도 10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으며 사망자 최소 1명과 부상자 8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 미콜라이우주, 자포리자주, 서부 빈니차주, 흐멜니츠키주, 중부 지토미르주에서도 공습 피해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에게 그들의 지도자가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군대를 이끌지 않고 군대 뒤에 숨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