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성의 거인"…베네딕토 16세 선종에 전 세계 애도 물결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22년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95세로 선종했다. 각국 지도자들은 세계 평화 증진에 힘쓴 가톨릭 신학자를 잃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전 9시34분 바티칸의 마테에클레시아 수도원에서 선종했음을 슬픔 속에 알린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의 건강이 악화했다는 소식은 지난 28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반 알현에서 "베네딕토 16세가 현재 매우 편찮으시다"며 신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이어 교황청이 성명을 내고 "최근 몇 시간 사이 고령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가 안정을 되찾았다고 밝혔으나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바티칸에서 선종했다.
하지만 이 타이틀은 교황 업무수행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즉위 전 이미 심장발작을 두 차례 겪었고, 고혈압과 퇴행성 관절염을 앓으며 건강에 관한 우려를 키웠다. 2011년 10월에는 처음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했다. 2012년엔 공식 석상에서 지팡이를 사용했으며 이후 노쇠하고 피로한 징후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베네딕토 16세는 결국 2013년 건강 상태를 이유로 교황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추기경 회의에 제출한 성명에서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을 거듭 성찰한 결과 고령으로 더는 교황의 직무를 적절히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에 이르렀다"면서 "완전한 자의에 의해 추기경단이 나에게 부여한 성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직의 포기를 선언한다"고 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퇴위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종신직인 교황이 생전에 자진해서 사임한 경우는 1415년 그레고리 12세 이후 처음이어서다. '명예 교황' 칭호를 받은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에도 바티칸에서 여생을 보냈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원칙과 믿음에 따라 교회에 일평생 헌신한 저명한 신학자로서 기억될 것"이라며 "그가 2008년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모든 사람이 그들의 존엄성에 걸맞은 방식으로 살고자 한다면 전 세계의 연대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자비의 사역에 대한 그의 관심이 우리 모두에게 계속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독일인 교황으로서 그는 이 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위한 특별한 교회 지도자였다"며 "가톨릭교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 총명한 신학자를 떠나보내게 됐다"고 추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베네딕토 16세 덕분에 세상은 더 따뜻한 곳이 됐다"며 "형제애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영혼과 지성을 다해 분투한 베네딕토 16세를 떠나보낸 프랑스 신자 및 세계와 마음을 함께한다"고 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성명을 통해 "그는 역사가 결코 잊지 못할 믿음과 이성의 거인"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네딕토 16세를 "전통적 기독교 가치의 수호자"라고 칭송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찬란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베네딕토 16세 선종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그는 뛰어난 신학자이자 지식인이며 보편적 가치의 옹호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명복을 빌며, 거인을 잃은 슬픔에 잠긴 천주교인들에게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베네딕토 16세는 신앙의 원칙을 지켰고, 지칠 줄 모르고 평화를 추구했으며, 인권을 수호했다"며 "세계 수백만 명의 영적 지도자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신학자 중 한 명이었다"고 추모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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