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여파는 진행형] IRA 처음부터 지금까지…리스차 적용제외로 ‘일부 성과’ 있지만
중국 견제·보호무역주의 지향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타격’…향후 전략수정 불가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규정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에 ‘리스 차량’이 포함되자 자동차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하면 그나마 IRA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현재는 약 5% 수준인 현지 리스판매 비율을 늘려 ‘IRA 쇼크’에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RA 공포는 2023년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 새해를 검게 드리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미 최종 조립’ 세부 규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서다.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북미 최종 조립 ‘3년 유예’ 또는 ‘예외 조항’이 받아들여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원 발의 법안 제5376호에 서명하면서 제정된 IRA 2022는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에너지의 보급’, ‘취약계층 지원 확대’, ‘일자리 창출 및 노동자 보호’, ‘의료비 지원’을 목표로 삼았다. 민주당 출신인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환경과 분배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경색되자, IRA 2022이 바이든의 철학이 담긴 ‘핵심 경기부양책’이 될 것이란 의견이 줄을 이었다.
특히 각 세부 조항에서는 침체 위기에 선 미국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와 함께, ‘글로벌 빅2’로 성장한 중국 경제에 대한 견제가 엿보였다. 친환경 자동차 분야(차량별로 7500달러의 보조금)에서 세액공제 항목에 별도의 요건이 추가된 것이다.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에는 ▷차량을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하여야 한다 ▷배터리 부품의 원산지·제조국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국가여야 한다(2024년까지 핵심 광물의 40%, 2027년까지는 핵심 광물의 80%, 2029년부터는 북미지역에서 100% 제조·조립).▷우려 외국단체를 출처로 하는 부품은 핵심 광물의 경우 2025년부터, 그 외 부품의 경우 2024년부터 세액공제 적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 두 번째와 세 번째 요건은 재무부 장관이 향후 세부 시행 지침안을 발표하면서, 시행안과 시행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중국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핵심부품의 채굴과 제련을 담당하고 있다. 또 볼보의 자회사 폴스타가 양산 중인 폴스타 시리즈의 경우 스웨덴에서 디자인된 전기차지만, 생산지는 중국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는 2025년 미국 시장 진출을 이미 선언한 상태. 또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가 지난해 파리 모터쇼에서 신형 전기차 3대를 선보이면서 미국 시장에서 눈길을 끌 것이란 지적도 나온 상태였다.
북미지역에서 직접 조립 항목이 들어가면서,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을 북미지역에서 판매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직접 차량을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놓이기도 했다. 첫 번째 요건에 들어간 ‘북미 최종 조립’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공장을 아직 보유하고 있지 않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은 2024년 하반기에서 2025년 사이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전까지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IRA 시행 이후 규정의 시행 3년 유예를 요청해 왔다.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2024년 하반기~2025년)까지 북미 최종 조립 규정 적용이 한시적으로 유예되면 그 이후에는 이 규정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침묵했고, IRA 예외 조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분야에 적용되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은 버스나 트럭 등 상업용 친환경 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지난 12월 ‘IRA 이행을 위한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미국 재무부에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으로 세제 혜택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재무부는 이에 응한 듯 29일 상업용 전기차 대상에 리스 차량을 포함했다고 명시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우리 정부가 요구하던 내용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부분은 약 5% 수준이지만, 현지 판매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미국 현지에서도 금리 인상 등 이슈가 있어 목돈이 필요 없는 리스 차량에 대한 프로모션을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경우 빠르게 두 자릿수 비율까지 리스 판매 비중을 늘릴 수 있을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북미 최종 조립 규정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선이 많다. 이미 IRA 조항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차량을 보조금 대상으로 명시한 상황이다. IRA가 바이든 철학의 핵심이 담긴 법안임을 감안했을 때 내용을 당장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미 재무부는 앞서 배터리·핵심 광물 같은 다른 분야의 IRA 보조금에 대해 연내 세부 규정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북미 최종 조립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판매하는 전기차에 대당 7500달러의 페널티를 안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업체인 포드·GM·볼보 등은 이미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판매량의 5% 수준인 리스 판매량에 프로모션을 시행해 그 비중을 두 자릿수까지 늘려 대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도 미국 전기차 시장이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는 ‘일반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또 2024년 조지아 전기차공장이 다 지어진 후더라도, 향후 전기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가동률이다. 현재 미국 내 전기차 판매와 시장 점유율을 지금부터 꾸준히 늘려야지만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됐을 때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공장을 유치한 조지아주에서 공장 유치를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고용·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오히려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2023년~2024년 상반기까지 전기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외 조항이 있더라도 북미 최종 조립 규정에 대한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년 대비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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