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양시 예산안 처리 못해 준예산 체제로…민생 피해 불가피

성남시, ‘청년기본소득’ 둘러싼 갈등
고양시, 시장 비서실장의 모욕 발언 논란

수도권 최대 기초정부로 꼽히는 경기도 성남시와 고양시가 시의회 갈등으로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준예산 체제’로 새해를 맞았다. 준예산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종 시민 지원금은 물론, 취약계층 지원과 무상급식비 지원 등 일부 사업이 중단돼 민생피해가 우려된다.

성남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둘러싼 이견으로 3조4406억에 달하는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성남시의 준예산 사태는 2013년 이후 두 번째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30일 올해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지만, 시 집행부와 여야의 대치가 지속되면서 본회의를 개의조차 못 하고 회기 종료시한(밤 12시)을 넘겨 올해 안 예산안 처리가 무산됐다.

성남시는 ‘청년기본소득 조례’가 이번 회기에 폐지되는 것을 전제로 새해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러나 “(국민의힘이 관련 조례 폐지를 철회한 만큼)조례가 존재하므로 추경에라도 관련 예산 30억원을 편성해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진행하자”고 주장하며 지난 13일부터 예산안 심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다수당인 국민의힘(전체 34석 가운데 18석)과 시 집행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 ‘청년취업 올패스’를 청년지원사업으로 새로 도입하는 만큼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시의회 예산결산위는 지난 12월13일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성남시의 준예산 체제로 공공근로 사업비, 청년 일자리 창출지원사업, 노인 지역사회참여 소일거리, 아이돌보미 사업, 사회단체 보조금, 무상급식 지원금, 공동주택 보조금,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등의 사업이 중단된다. 또 분당~수서간 도시고속도로 소음저감 시설 설치공사, 남한산성 순환도로 확장공사 등 계속 사업비도 집행할 수 없게 됐다.

‘준예산 체제’로 돌입한 경기도 고양시가 시장의 ‘선결처분권’ 발동을 시민들에게 알린 안내문. 고양시청 블로그 갈무리.

고양시의회도 2023년도 본예산안 2조9963억원을 회기내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동환 고양시장과 민주당 시의원들의 갈등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인 지난 11월5일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막식 기조연설을 위해 출국했다. 당시 민주당 시의원 17명은 시청 앞에서 이 시장의 출국 반대 성명을 낭독하려 했고, 이때 현장에 있던 시장 비서실장이 모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갈등이 촉발됐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등원을 거부하며 갈등이 증폭됐다. 고양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17명, 민주당 17명 등 여야 동수다.

이에 이동환 고양시장은 ‘선결처분권’을 발동하기로 했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따라 주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긴급히 필요한 사항은 지방의회가 의결하지 않아도 지방자치단체장이 독자적 판단으로 우선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한편, 성남시는 2013년 1월에 7일간 이어진 ‘준예산 체제’ 당시 공공근로사업과 주민센터 및 청소년수련관 강좌, 임대아파트 공동전기료·경로당 운영비 지급 등의 예산 집행이 중단돼 피해가 잇따랐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